권익위 전원위 3시간 격론 끝 부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선물 상한액을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하려는 안건 통과가 27일 무산됐다. 내년 설 전에 개정된 김영란법을 적용하려던 정부 계획도 불투명하게 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올리는 내용의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 안건을 논의했으나 3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위원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됐다고 밝혔다. 전원위원 정원은 박은정 위원장을 포함해 총 15명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국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사무처장은 현재 공석이며 비상임위원 1명도 불참해 이날 전원위에는 12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영란법의 ‘3ㆍ5ㆍ10 규정’(3만원 이하 식사ㆍ5만원 이하 선물ㆍ10만원 이하 경조사비 허용)에서 식사비 상한액은 3만원으로 유지하고 선물은 농축수산품에 한해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을 올리는 안건이 주로 논의됐다. 또한 농축수산물을 원료(50% 이상)로 하는 2차 가공품에 대해서도 10만원 상한을 적용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그러나 시행한 지 얼마 안 된 법을 바꾸는 것에 대해 외부 비상임위원 반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 1년 밖에 안 된 법을 고치는 데 대한 부담감과 국민 대다수가 현행 규정을 찬성하는 데 대한 압박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시행령 개정안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설 전에 개정된 김영란법을 적용하려던 정부 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애초에 이날 안건이 가결되면 당정협의를 거쳐 29일 대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하나로클럽을 방문해 “정부는 농축수산물 예외 적용에 관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논의 중이고, 늦어도 설 대목에는 농축수산인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안건이 부결되면서 ‘설 전 개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전원위가 한 달에 두 번 꼴로 열리기 때문에 해당 안건을 재논의하려면 2주를 더 기다려야 한다. 전원위에서 가결되더라도 입법예고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시급한 안건의 경우, 위원장 직권으로 전원위를 (앞서)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일정은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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