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 경관 폭행 혐의로 유죄 확정…재심서 무죄 선고
법원 "합리적 증명 부족"…배심원 7명 전원도 무죄 평결
교사 부인도 결백 주장했다 처벌·면직…집안 '풍비박산'
음주 운전 단속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50대가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경찰관의 '할리우드 액션' 가능성을 의심하며, 8년여간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한 피고인의 손을 들어줬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2부(정선오 부장판사)는 28일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박모(54)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심에서 7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박씨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경찰관의 손을 비틀어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심원 평결 결과를 존중해 피고인의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9년 6월 27일 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내 최모 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가다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을 받았다.
박씨는 아내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려던 박모 경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다.
박씨가 술김에 차에서 내려 욕설을 하자 박 경사는 최씨에게 "전화번호를 주고 가면 다음에 불러 주의를 주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박 경사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당시 동료 경찰관이 촬영한 캠코더 영상에는 오른쪽 팔이 뒤로 꺾이며 쓰러질 뻔한 자세의 박 경사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만 박씨와 경찰관 사이에 박씨 아들이 서 있어서 정확한 상황이 보이지는 않았다.
박 경사는 박씨가 자신의 팔을 비틀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된 박씨에게 검찰은 벌금 200만원을 물렸다.
박씨는 "경찰관이 내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혼자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유죄가 선고됐다. 대법원까지 갔지만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부인 최씨는 "남편이 경찰관 팔을 비튼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로 최씨는 교육공무원직에서 면직되기까지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씨는 부인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경찰관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가 위증 혐의로 다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 부부의 고난은 박씨의 위증 사건이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받으며 반전을 맞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질을 개선한 동영상 등을 근거로 "팔이 꺾이는 장면을 확인하기 어렵고, 박 씨 자세로는 박 경장의 상체를 90도 이상 숙이게 하는 게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관의 '할리우드 액션' 가능성을 의심했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돼 박 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이를 근거로 박씨의 공무 집행 방해 사건도 지난 4월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재심 결정을 한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황병호 판사는 "국과수 영상, 유도 전문가의 영상 분석 결과 등은 명백히 새로운 증거"라며 "재심 대상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씨 부부는 부인 최씨의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박씨 부부는 큰 가구점을 운영하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충북 충주로 귀농한 지 1년 만에 이 사건을 겪으며 농부의 꿈을 접어야 했다. 현재 박씨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교사였던 부인은 공장에 일을 나가는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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