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젠트리피케이션 연구
“세입자 이어 소공인도 신경써야”
“카페거리를 방문하는 젊은 층이 유입되면서 수제화를 알리거나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기대하기도 하지만 많은 선배 노동자분들 생각은 다릅니다. 커피 한 잔이 수제화 한 켤레 공임보다 비싼 현실에서 카페거리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라 생각하고 외면해 버리게 되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업 종사 40대 남성)
“성동구에서 수제화 거리 조성 정책을 펼치다 보니 건물주만 돈을 벌고 일하는 분들은 쫓겨나는 역효과가 났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경기 성남시 쪽으로 옮겨가고 있죠. 그런데 이런 잘못을 지적하면 자본주의사회에서 당연하지 않냐는 말만 돌아오니 우리는 더 할 말이 없죠.” (성수동 수제화업 종사 50대 남성)
도시재생으로 인한 원주민 내몰림, 즉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지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노동자들 시각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동근로자복지센터 의뢰로 한국도시연구소가 진행해 29일 발표할 ‘성동지역 젠트리피케이션과 산업현황 연구’는 통계를 통해 성동구 노동ㆍ산업 실태를 분석하고 제조업 밀집지인 성수동의 사업주와 노동자, 지역상인 등 이해관계자 16명을 심층면접했다. 주로 상가 세입자 보호 등 상업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을 다룬 그간 연구와 달리 소규모 제조업체(소공인)와 도시 노동자에게 미치는 젠트리피케이션 영향 문제를 제기한 일종의 ‘산업 젠트리피케이션’ 연구다.
심층면접 결과 이들에게는 물리적 축출 못지않게 삶의 터전에서 소외되는 ‘심리적 축출’이 심각했다. 가죽 부자재 판매업을 하는 60대 여성은 “임대료는 결정적인 폐업 요인이 아니다”며 “구에서 임대료 관련 (젠트리피케이션) 조례를 만드는 것은 우리와는 이야기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간 예술가는 지역 가치를 높여 놓고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로만 여겨졌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예술가가 의도치 않게 건물의 산업 용도 전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디자이너, 공예가 등 소규모 창작자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30대 여성은 심층면접에서 “폐공장 부지에서 많은 행사와 전시를 진행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너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처럼 인식돼 안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지은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제조업의 지속적 침체 속에 성수동 공업 건축물 거래가 오히려 활기를 띠는 것은 부동산 자본 개입 때문으로 보인다”며 “소공인들은 건축물 용도가 바뀌어 삶의 터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책임연구원은 “성동구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전국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임대차계약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준공업지로서 지역 정체성을 고려해 소공인을 위한 산업 공간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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