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 음식 사진·맛 평가
‘바이럴 마케팅’ 광고 때문에
신뢰있는 정보 얻기 힘들어
하루 20군데서 광고글 제안도
“소비자도 검색에 의존 말아야”
#○○동_맛집, #○○프로그램_ 맛집, #숨은_맛집, #신상_맛집…. 맛집이라 주장하는 정보는 넘치지만 ‘옥석(玉石)’은 어떻게 가릴까. 2005년부터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닉네임 ‘비밀이야’로 활동하며 ‘전국해장음식열전’ ‘맛있는 이탈리아’ ‘맛있는 스페인’ 등 세 권의 책을 펴낸 블로거 배동렬(41)씨를 만나 꼬치꼬치 물었다. 해답은 간결했다. “검색에 의존하지 마세요.”
- 맛집, 얼마나 다녀봤나.
“맛집이라고 생각해 12년간 블로그 기록으로 남긴 곳은 2,000곳쯤 된다. 건설회사에서 일해 지방 출장이 잦았는데 출장 때마다 음식점을 찾는 게 어려워 내가 먹은 해장국이나 국밥 등을 소개한 게 계기가 돼 지금까지 블로그를 한다.”
-맛집이라 부를 수 있는 기준이 있나.
“사람의 미각 발달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맛있는 맛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일치한다. 하지만 맛집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 요소에 주관적 요소가 더해지는 것 같다. 사람이 붐비는 식당이 모두 맛집은 아니지 않나. 맛 외에 각 식당의 영업 노하우도 일정 부분 식당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5점 만점 기준으로 각각 맛,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인테리어, 서비스를 평가한다.”
-어떻게 맛집을 찾나.
“방법이 없다. 10여년 전에는 상업성에 물들지 않아 인터넷에서도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기 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블로그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맛집 소개 앱(App·애플리케이션), 방송프로그램까지 홍보를 위한 정보만 재생산한다. 가령 포털사이트에서 ‘속초 맛집’을 검색하면 똑같은 사진과 단어 몇 개만 바꾼 듯한 특정 음식점 소개글이 넘치는데, 이런 내용은 업체가 중심이 된 ‘바이럴 마케팅’이지 내가 원하는 정보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포털사이트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맛집 검색을 하지 않는다.”
-검색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나.
“맛집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의 한 음식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신상 맛집’으로 이름을 올리다가 개업 2주 만에 공중파 방송프로그램에 맛집으로 소개됐다. 맛있어서 손님이 많이 찾는 게 아니라 맛집도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지속될 수 없다. 방송 홍보 효과를 등에 업고 운영해도 몇 달 지나지 않아 손님이 끊기거나 폐업 하는 곳도 여럿 봤다. 방송과 광고가 만들어낸 트렌드나 유행을 좇기보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정보를 찾는 게 옳다.”
- 본인의 노하우는.
“일반적으로 맛집 검색 시 쓰는 키워드는 대부분 광고가 개입돼 있다. 나는 검색 대신 내 입맛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블로거들이 제대로 소개하는 글을 볼 때마다 구독 신청을 해 놓고 정보를 얻는 편이다. 새로운 식당 도전도 잘 안 한다. 최근 두 달 동안 찾았던 오픈 맛집 10곳 중 1곳도 만족스러운 곳이 없었다. (웃음)”
- 구독중인 블로그를 소개해줄 수 있나.
“몇 년 전 추천 블로그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이미 절반 이상이 광고ㆍ홍보 블로그로 변질됐다. 그래서 추천하기가 어렵다. 타인의 말에 의존하지 말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사람들을 찾아 보면 좋다. 정보는 맹목적으로 믿는 게 아니라 취사선택해 판단하는 것인데, 맛집도 마찬가지 아닌가.”
- 진짜 후기와 가짜 후기 구분법은.
“사심 없이 운영하는 블로그는 식당의 칭찬만 늘어놓지 않는다. 나만 해도 추천 식당과 비추천 식당 정보를 나눠 놓았다. 검색에 노출되기 쉬운 키워드가 제목인 글도 거른다. 검색어의 본래 기능이 오염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목에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빼고 식당 이름을 적거나, 블로거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된 정보만 제공하는 곳을 골라 본다. 댓글 기능을 쓸 수 없게 막았거나 홍보성 댓글이 가득한 글도 의심한다. 음식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모두 같은 의견일 수 있나. 또한 SNS에 소개된 이미지 출처 검색을 했을 때 천편일률적인 사진으로 확인돼도 마케팅일 가능성이 높다.”
-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활동이 활발하면, 바이럴 광고 제의가 많이 오나.
“한창 블로그를 열심히 할 때는 하루에 20개 정도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나는 애초 정보 공유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어 상업화하지 않았을 뿐이다.”
- 블로거로서 영향력을 실감할 때는.
“이름없는 식당을 소개한 후 드라마틱한 성공 과정을 보게 될 때이다. 그러나 내가 소개한다고 바로 다음날 줄 서지는 않는다.(웃음) 반대로 부정적인 평가를 할 때 점점 고민이 많아진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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