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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요실금 팬티 개발처럼... 노인문제 해결하며 사업기회도 발굴

입력
2017.11.29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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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을 위한 위생용품인 요실금 팬티를 생산ㆍ판매하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지난 6월 신제품을 출시했다. 몸이 불편하지만 가족이나 간병인의 도움을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인들을 위한 제품이다. 기존 제품은 요실금 증상이 있지만 활동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노년층을 위한 속옷과 몸이 매우 불편해 누워 지내야 하는 노인용, 두 종류뿐이었다. 건강한 노인을 위한 제품은 요실금 흡수 기능이 있으면서도 착용한 티가 나지 않도록 옷맵시에 신경을 썼고, 침대에서 누워 지내야 하는 노인용 제품은 흡수 기능을 극대화한 두툼한 기저귀 형태였다. 어느 정도 거동할 수 있는 노인들은 두툼한 기저귀 형태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제품은 혼자서는 착용하기 쉽지 않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착용자가 느끼는 수치심도 문제였다. 결국 유한킴벌리는 기존 제품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유한킴벌리가 노년층의 건강상담 정서안정 지원을 돕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케어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유한킴벌리가 노년층의 건강상담 정서안정 지원을 돕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케어매니저가 활동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제공

이처럼 세심한 제품 개발은 유한킴벌리가 2012년 시작한 ‘액티브 시니어(활동하는 노년층)’ 캠페인과 맞닿아 있다. 빠르게 진행된 우리 사회 고령화로 복지 수요 증가와 경제 활력 저하 등 노년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났지만, 유한킴벌리는 발상을 전환해 ‘시니어(노년층)가 자원이다’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년층이 생산가능인구로 편입돼 소득ㆍ소비의 주체가 되면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유한킴벌리는 노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고, 시니어 대상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회적기업 32곳을 육성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노년층 일자리는 400개 이상이다. 아울러 유한킴벌리는 시니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노년층의 활동을 지원하는 요실금 팬티 등 시니어 제품 매출은 2012년 이후 연평균 18%씩 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국내 실버산업 시장 규모가 2012년 27조4,000억원에서 2020년 72조8,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해 수익을 늘리는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을 이 이뤄낸 것이다. 공유가치 창출은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한 논문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기업이 수익을 창출한 뒤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의 사회공헌활동과 구분된다.

유한킴벌리처럼 공유가치 창출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삼성전자가 2009년부터 추진한 ‘빌트 포 아프리카(Built for Africa)’ 사업도 공유가치 창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프리카에는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지역이 많아 순간적인 전압 변화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고장이 잦았다. 특히 잦은 정전은 냉장고 안 음식물을 부패시켜 식중독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또 방송 콘텐츠가 부족해 TV를 구입해도, 즐길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전압 변화와 높은 습도에도 손상되지 않는 부품을 개발해 TV에 적용했고, 룩셈부르크의 위성방송사와 협력해 무료 위성 채널 수신 기능을 넣었다. 또 정전이 발생해도 최대 3시간 동안 냉장 기능이 가동되는 냉장고를 개발했다. 아프리카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삼성전자의 노력은 시장 점유율 1위, ‘아프리카에서 가장 존경받는 전자 브랜드’ 1위 선정의 성과로 돌아왔다.

SK텔레콤이 전통시장 스마트화 사업을 벌인 인천 신기시장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전통시장 스마트화 사업을 벌인 인천 신기시장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도 전통시장의 낙후된 시설, 주차공간 부족, 카드 결제 시스템 등의 문제를 정보통신기술(ITC)로 해결하는 ‘전통시장 스마트화’ 사업을 벌였다. 전통시장에 고객 데이터베이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판매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멤버십을 통한 고객 할인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그 결과 SK텔레콤은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ICT 솔루션 판매를 위한 신규 고객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기업들 가운데 공유가치 창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차례 “경제적 가치만 창출하는 기업은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사회적 가치가 포함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뜻을 실현하기 위해 지주회사인 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들은 이윤 창출 외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내용을 회사 정관에 넣었을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들은 시혜적인 기부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만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이 수익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늘고, 혁신적인 사회적 기업이 늘어나면 우리 경제 전체의 활력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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