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거리 최소화… 주변국 덜 자극
북한이 29일 발사한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역대 미사일 가운데 최고 성능”이라는 한미일 정보당국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950㎞를 날아가는데 그쳤다. 사거리가 1만㎞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북한이 발사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여 최고고도 4,475㎞까지 쏘아 올리는 기형적인 고각발사로 비행거리를 대폭 줄인 탓이다.
이렇게 비행거리를 최소화 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도 어떻게든 주변국을 덜 자극하고 정치적 파장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분석된다. 앞서 8월과 9월 화성-12형이 일본 상공을 훌쩍 넘어가 주권 침해에 따른 반발과 격추 여론이 들끓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 고각으로 쏘면서 고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 낙하속도가 빨라져 요격 범위에서 벗어난다. 화성-15형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지만, EEZ는 영토와 성격이 달라 부담이 덜한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각으로 발사하면 중력을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미사일 1단 추진체의 성능을 검증하기에 용이한 방식이다. 반면 북한이 엔진 외에 ICBM 능력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기 위한 모호성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패를 한번에 꺼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상각도로 쏜다면 실제 비행궤적이 드러나고, 아직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북한의 재진입 기술과 정확한 타격을 위한 미사일 유도능력이 한미일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앞서 북한이 괌 방향으로 화성-12형을 쐈을 때도 미사일의 정확성 수준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전례가 있다. 북한이 기술적으로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고각발사를 통해 ICBM 추가 발사 여지를 계속 남겨놓으면서 미국을 향해 몸값을 높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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