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택시 업체들의 영업 악화는 서비스 악화로, 이는 다시 승객들의 택시 기피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기사들이 승객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 사건도 심심찮게 보고된다.
대표적인 예가 ‘밑장빼기’다. 베트남 화폐(동화) 단위가 너무 큰 나머지 미터기 숫자와 지갑 속 지폐 사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타깃이다. 기사가 ‘요금을 내가 직접 가져갈 테니, 지갑을 잠시 달라’는 제안을 하고 승객이 이를 수용하면서 일어난다. 밑에 들어 있던 큰 지폐 몇 장이 사라진 사실은 호텔에 도착한 뒤에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호찌민-경주 세계문화엑스포 행사로 호찌민시를 찾은 한 관계자는 “호텔에 와서야 100달러짜리 네 장이 사라진 걸 알았다”며 “동료 두 명과 함께 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했다”고 말했다. 400달러는 택시기사들의 한달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최근 이 같은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사회 문제화하자 당국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반탕 마이린 택시그룹 사장은 “사고가 발생한 택시 기사는 해고한다”고 전했다. 호찌민시 공안 관계자도 “공항에 내리자마자 발생하는 이런 일로 국가이미지도 나빠진다”며 “신고 접수 시 즉각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에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없어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사건 해결 비율은 미미한 편이다. 천현길 호찌민총영사관 경찰 영사는 “사실상 되찾을 방법이 없다”며 “지갑을 통째로 기사에게 넘기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의 택시 문화를 잘 몰라 실랑이를 하는 경우도 잦다.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일방통행으로 운용되는 도로가 많은 탓에 빙빙 돈다는 느낌을 받는 승객들과 기사가 다투는 식이다. 구글맵 등을 통해 대략적인 루트를 파악해서 가는 것이 좋다.
이 밖에 1만동 이하의 거스름돈을 끝까지 받아내기 위해 싸우는 장면도 종종 목격된다. 베트남에서 택시는 값비싼 교통수단으로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며 이들은 보통 몇천동(몇백원) 수준의 거스름돈은 팁으로 남긴다. 이 때문에 팁을 조금이라도 챙길 요량으로 택시기사들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갖추고도 “고장이 났다”며 카드 결제를 거부하기도 한다. 특히 이른 아침 택시를 이용할 때 거스름돈 조달이 힘든 큰 지폐(50만동)를 내는 것은 결례로 간주된다. 베트남에서 택시 이용에는 10만동짜리 이하 지폐가 가장 편리하고 기사들도 선호한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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