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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사회적기업 가치 측정 지표, 민간 투자 활성화 가져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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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사회적기업 가치 측정 지표, 민간 투자 활성화 가져올 것”

입력
2017.11.30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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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정 KAIST 경영대학 교수 인터뷰

강민정 KAIST 경영대학 교수가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강민정 KAIST 경영대학 교수가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왜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꼭 경제 발전과 연관 지어야 하죠?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겁니다.”

지난 2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만난 강민정 경영대학 교수는 사회적기업이 우리 경제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답했다. 강 교수는 KAIST에 ‘사회적기업 MBA’(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개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국내 대표 사회적기업 전문가다. 이 과정을 졸업한 강 교수의 제자 수십여 명은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기업가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우리 사회 지속 가능한 발전에 사회적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기업의 가치와 효용성을 ‘돈’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찾는 우리 시선을 서둘러 고쳐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강 교수는 “대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면 우리는 그 활동으로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냐 등의 문제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며 “이는 환경 교육 문화 청소년 등 일자리와 직접 연관이 없지만 시급한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사회적기업들이 우리 주위에 설 땅을 좁아지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강 교수가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위해 돈으로 표현되는 경제적 관념을 아예 무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후원금을 받아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를 우리가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없듯이 사회적기업도 기업인 만큼 스스로 돈을 벌어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 문제해결과 경제적 자립은 사회적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최근에서야 사회적기업과 그 가치가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사회에도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실천들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생활협동조합은 도시민들에게 건강한 식품을 제공하고 농민들에게 안정적 판매를 보장해 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경제적으로도 자립해 발전해 왔다”라며 “사회적기업과 그 가치를 너무 복잡하고 또 나와 동떨어진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의 효용 가치를 일자리 창출에서만 찾지 말라고 강조한 강 교수지만, 사회적기업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현재 당면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하고도 훌륭한 대안이라고도 말한다. 그는 “대기업이 경제 발전을 주도해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청년들이 이를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모두 가질 수 있는 시대는 사실상 끝이 났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우리 사회가 점차 더 분절되는 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을 통한 창직(創職)과 창업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사회적기업이 우리 사회에 더 단단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측정해 낼 수 있는 통합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가 활성화해야 하는데 재무적 관점으로만 보면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회적기업이 하는 일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여기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사회적기업에 민간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청년들이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사회 혁신 생태계 발전에 중요한 조건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 창업을 취업의 막연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지만, 창업해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있으면 보다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도전이 늘어날 것”이라며 “청년들이 취업준비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창업에 도전하는 풍토가 조성됐을 때 사회적기업도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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