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협회 사유화 근거로 판단
전 비서관 등 3명 구속기소
한국e스포츠협회가 수년간 해마다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정치후원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e스포츠협회 수장이던 전 전 수석이 측근들과 함께 협회를 사실상 지배하며 ‘사유화’했다는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이는 최근 청구된 전 전 수석 구속영장에도 적시됐다.
29일 e스포츠협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협회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연말마다 모든 직원에게 당시 국회의원이던 전 전 수석 측에 정치후원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협회 간부 서모씨 등이 보낸 것으로 ‘전병헌 의원실로의 후원금 납부에 적극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실제 상당수 직원은 해마다 10만~30만원씩 당시 전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정치적 의사와 무관하게 협회장이던 전 전 수석만을 위한 후원 독려 이메일을 받고 압박을 느낀 직원들도 더러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후원 요청 이메일은 전 전 수석이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e스포츠협회장에 취임한 해(2013년)부터 협회 간부들의 독려 형식으로 이뤄졌다. 전 전 수석이 2014년 11월 국회의 겸직 금지 통보를 받고 한 달 뒤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후원 독려 이메일 발송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검찰은 이날 전 전 수석의 의원 시절 비서관 윤모씨 등 3명을 롯데홈쇼핑의 협회 기부금 3억여원 중 1억1,000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구속기소했다. 나머지 횡령액에 대해선 추가 기소할 예정이다. 검찰은 GS홈쇼핑이 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을 기부한 경위와 대가성을 따지면서 전 전 수석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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