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열병식에서 첫 공개
5년 지났지만 시험발사 안 해
당국 “기술적 완성도 부족 탓”
일부에선 “히든 카드일 수도”
화성-12형, 화성-14형, 화성-15형. 북한이 올해 들어 차례로 발사한 중ㆍ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그런데 중간에 화성-13형은 빠져있다. 숫자가 커질수록 미사일 성능이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화성-13형이 아직 북한의 발사 미사일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화성’은 북한이 액체 연료 미사일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개발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인다. 스커드-B(사거리 300㎞)는 화성-5형, 스커드-C(사거리 500㎞)는 화성-6형, 노동(사거리 1,300㎞)은 화성-7형, 무수단(사거리 3,500㎞)은 화성-10형으로 칭한다. 순서에 따라 사거리가 계속 늘었다.
따라서 화성-13형은 화성-12형 이후에 개발을 시작한 무기로 추정된다. 북한은 2012년 열병식에서 화성-13형(KN-08)을 처음 공개했다. 그런데도 5년여가 지난 아직까지 시험 발사에 나서지 않았다. 우리 정보 당국에 따르면 그만큼 북한이 화성-13형의 기술적 완성도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다.
그 사이 북한은 올 5월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처음 발사해 성공했다. 지난해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을 9차례 발사해 고작 1번 성공한 터라,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화성-12형이 8월과 9월 발사에서는 연거푸 일본 열도를 넘어 날아가면서 단숨에 사거리 5,000㎞에 달하는 미사일로 평가 받았다. 북한이 8월 괌 포위사격을 위협하며 거론한 것도 화성-12형이다.
북한은 화성-12형을 쏘면서 7월에만 화성-14형을 두 차례 발사했다. 사거리는 8,00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미 본토 타격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화성-14형은 화성-12형을 2단으로 개량한 미사일이다. 화성-12형은 북한이 3월 개발한 추력 80톤의 백두산 엔진을 장착한 1단 미사일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혁명’이라 칭할 정도로 성능이 향상된 신형 엔진을 사용했다. 화성-13형은 화성-12형은 물론 화성-14형보다 더 긴 3단 추진체로 구성됐다.
북한이 화성-13형 발사를 건너뛰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화성-13형을 언제 발사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북한이 29일 화성-15형 발사를 택하면서 화성-13형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렸다. 화성-15형은 화성-14형과 같은 2단 미사일이다. 이를 놓고 북한이 일찌감치 공개한 화성-13형은 ‘허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화성-13형은 북한의 ‘히든 카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8월 23일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화성-13형이라고 적힌 3단 로켓 사진과 설계도로 추정되는 도면 일부를 의도적으로 노출했다.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한 직후인 시점으로 미뤄 북한이 다음 카드로 화성-13형을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군 관계자는 30일 “북한이 언젠가는 화성-13형을 발사해 중장거리 미사일 라인업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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