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GS홈쇼핑 상무 소환조사
“기부금 내기 전 전병헌과 만나”
롯데홈쇼핑 금품로비와 닮은 꼴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롯데홈쇼핑에 이어 GS홈쇼핑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전 전 수석 측이 금품로비를 받는 수법이 드러나고 있다. 국회에서 대기업 약점을 잡아 공개 비판한 뒤 보좌진을 통해 본인이 회장ㆍ명예회장이었던 한국e스포츠협회가 후원금 또는 기부금을 받는 행태다.
30일 사정당국과 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GS홈쇼핑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2013년 당시 대관담당 상무였던 김모(57)씨를 최근 소환조사 하면서 이 같은 금품로비 구조를 확인했다.
먼저 전 전 수석은 의원 시절 상임위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관할 하는 홈쇼핑업체를 비판하고 나서며 압박했다. 전 전 수석은 당시 민주당 의원이던 2013년 10월 1일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스테로이드가 검출된 일명 ‘기적의 크림’ 판매와 관련해 GS홈쇼핑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GS 측이 보도자료 중 과장된 내용이 있다고 미래창조과학부에 해명하자, 전 전 수석 측은 미래부 담당자에게 수 차례 자료요청 등을 하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 재승인 전 해인 2014년 비리가 확인된 홈쇼핑업체의 재승인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며 ‘전병헌 법(방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전 전 수석이 국회에서 홈쇼핑업체 약점을 제기한 뒤엔 보좌진이 나서 이들 업체에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을 요구했다. GS홈쇼핑 대관담당 직원 A씨도 최근 검찰 소환조사에서 2013년 10월 초 “게임단을 창단하든지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을 내라”는 윤모(34ㆍ구속기소) 전 비서관의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롯데 측도 윤 전 비서관으로부터 같은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엔 전 전 수석이 홈쇼핑 업체 임원을 만나 후원금 관련 얘기를 나누는 형식을 취했다. GS홈쇼핑 김 상무는 A씨 보고를 받은 뒤 2013년 10월초 국감을 앞두고 전 전 수석을 직접 만나 관련 얘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전 대표도 2015년 5월 방송 재승인을 앞두고 전 전 수석에게 “e스포츠를 잘 챙겨보라”는 말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당 업체에 대한 전 전 수석 태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변했고, 롯데와 GS홈쇼핑은 협회에 후원금과 기부금으로 각각 3억3,000만원, 1억5,000만원을 냈다. 검찰은 GS홈쇼핑이 협회에 낸 기부금도 롯데측이 낸 후원금처럼 윤 전 비서관이 “의원실에서 쓴다”며 자금세탁을 통해 빼돌린 정황을 확인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부장 신광렬)는 이날 협회 자금 1억1,000만원을 윤 전 비서관에게 건넨 혐의(업무상 횡령)로 구속된 조모 사무총장(회장 직무대행)의 구속적부심사에서 긴급체포가 위법하고, 이에 따라 구속 또한 적법하지 않다며 조씨를 석방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적법하게 긴급체포 했고, 그 때문에 영장전담판사도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며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적부심을 인용하고 석방한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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