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연 이틀 통화로 공조체제 과시
트럼프, 韓 첨단군사자산 획득 노력 평가
문 대통령, 트럼프ㆍ시진핑 간 대화 언급
한미 양국 대통령이 연 이틀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은 북한의 도발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양국 정상은 특히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둔 ‘화성-15형’ 발사로 북한이 사실상 ‘레드라인’에 도달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관련한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발사된 미사일이 모든 측면에서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재진입과 종말단계유도 분야의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고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며 “북한이 핵ㆍ미사일 기술을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저지하면서 궁극적으로 이를 폐기토록 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화성-15형’이 재진입 기술 등을 갖춘 완성된 ICBM이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평가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견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적극 추진 중인 미국산 첨단 군사장비 구매 등을 통해 자체 방위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한 압도적인 힘의 우위에 기반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위협에 대응해 나가는 데에 공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 대해 “북한의 의도와 현 상황에 대해 결론을 내리려면 굉장히 많은 대화와 정보가 필요하다”며 “이에 앞서 양국 정상 간 기초적인 대화를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평가하고 정부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포기를 위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해상봉쇄 등 강력한 제재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우리 정부가 어느 선에서 공조의 수위를 맞출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중국 방문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날 대북 제재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 사실을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국이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한미일 3각 공조의 틀 속에서 무력 시위를 통한 대북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북 압박 과정에서 자칫 미국의 군사적 옵션 행사나 북한의 추가 도발로 한반도의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전날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여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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