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취업청년 4명 중 1명은 고졸
고용률 69.6% 대졸보다 5.3%p↓
월급은 대졸보다 44만원 적어
비정규직 고졸 여성 가장 열악
#2
고졸 20대 23%가 4번 이상 취업
연령 높아져도 임금 안 올라
부모는 절반 가량이 중졸
학력-부 대물림 갈수록 심해져
청년들은 힘들다. 미래가 안 보이는 청년들의 암담한 현실은 한국사회가 유사 이래 처음 겪는 사태다. 분출하듯 터져 나온 청년담론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청년 지원정책이 거론된다. 그러나 대부분이 대졸 취업 준비생을 위한 정책들. 고졸 청년은 쉽게 잊혀진다.
고졸 청년들은 모든 격차의 절벽 끝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졸 청년과 비교할 때 모든 지표에서 훨씬 심각한 격차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보고서 ‘고졸 청년 근로빈곤층 사례연구를 통한 정책대안’은 활발한 청년담론 속에서도 주목 받지 못했던 고졸 청년들의 힘겨운 삶을 구체적 통계로 제시했다. 원가정의 빈곤-비진학-저임금-잦은 이직-숙련 부재의 악순환에 갇힌 고졸 워킹푸어는 한국사회의 온갖 모순이 중첩된 다중격차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취업 청년 중 24%는 고졸
2017년 5월 현재 20~34세 청년은 총 997만4,000명이다. 이 중 고졸 청년은 218만명으로 전체 청년의 21.9%를 차지한다. 776만5,000명으로 77.9%를 차지하는 대학 및 대학원 진학자와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로 적은 비중이다. 이들 중 취업한 사람은 총 643만2,000명으로, 이 가운데 고졸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23.6%(151만8,000명). 고졸 고용률은 69.6%로 대졸 고용률 74.6%보다 5%포인트 낮다. 특히 성별에 다른 고용률 차이가 커서 대졸의 남녀 고용률 차이가 11.8%포인트였던 데 반해 고졸은 18.4%포인트나 됐다. 대졸 남성 고용률이 81%로 가장 높고, 고졸 남성 77.7%, 대졸 여성 69.2%, 고졸 여성 59.3% 순이었다. 고졸 여성은 10명 중 6명만 취업에 성공, 학력과 성별 차별의 이중 족쇄에 묶여있는 힘겨운 현실을 보여준다.
종사상 지위와 고용형태에서도 고졸 청년과 대졸 청년 간 차이는 상당했다. 비정규직 비율이 고졸 청년은 24.3%로 대졸 19%보다 5.3%포인트 높았다. 고졸 청년은 고용기간 1년 이상인 상용직이 대졸 청년보다 21.3%포인트나 적었다.
고졸이 대졸보다 월 44만원 덜 벌어
그 결과 모든 격차의 근원이자 핵심인 임금수준에서도 큰 격차를 보였다. 20~34세 고졸 청년의 평균 임금(시간제 등 포함)은 184만원으로 대졸 228만원보다 44만원이나 적었다. 더 세분해 보면, 정규직에서는 월 43만원, 비정규직에서는 월 34만원의 임금 격차가 났다. 정규직 청년의 최근 3개월간 임금 평균이 대졸은 240만원이었던 데 반해 고졸은 197만원으로 월 43만원이나 덜 벌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대졸이 185만원, 고졸이 그보다 34만원 적은 151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서 임금격차가 적은 것은 임금수준이 매우 낮은 시간제 근로의 학력간 임금격차가 적기 때문에 발생한 착시다.
성별 격차도 컸다. 고졸 정규직 남성은 월 212만원을 받는 반면 고졸 여성은 같은 정규직임에도 170만원밖에 받지 못해 42만원의 임금격차를 보였다. 대졸 정규직 남성(261만원)과 여성(217만원)의 임금격차 44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정규직 대졸 여성이 받는 월 급여 217만원과 정규직 고졸 남성이 받는 212만원은 5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비정규직으로 오면 성별 임금격차는 더 심각해진다. 고졸 비정규직 남성이 175만원을 받는 반면 여성은 무려 52만원 적은 123만원밖에 받지 못한다. 대졸 비정규직에서도 남성 214만원, 여성 164만원으로 50만원의 임금격차를 보인다. 하지만 고졸 비정규직 남성은 월 175만원을 받아 대졸 비정규직 여성(164만원)보다 11만원이나 월 임금이 높았다. 여성의 경우 학력보다 성별에 따른 차별을 더 심하게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이 높아져도 임금은 안 올라
고졸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의 대부분은 대졸이라는 학력자본을 통해 일반적 숙련(general skill)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현재 일자리에서 축적할 수 있는 특수적 숙련(specific skill)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특정 분야에서 경력을 축적하는 것이 노동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다. 하지만 고졸 청년 대부분은 당장의 경제적 필요에 의해 저숙련 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단순노동을 전전한다. 20~29세 고졸 청년 중 4번 이상 취업한 비율이 23.1%나 될 정도로 이직이 잦다. 대졸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5.8%밖에 되지 않는다. 만 29세까지 첫 직장에 머무는 비율도 고졸 청년(27.4%)은 대졸 청년(48%)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대졸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은 것을 감안, 20~24세 청년으로 한정해도 고졸은 32.3%만이 첫 직장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일자리 경험을 살펴보면, 일을 그만둔 주된 사유가 근로여건 불만족인 점은 대졸(47.6%)과 고졸 청년(50.6%)이 동일하다. 그러나 일의 전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고졸 청년은 10.1%로 대졸 청년(6.7%)의 두 배에 가까웠다.
잦은 이직의 원인 중 하나인 직장과 전공의 불일치 역시 대졸보다 고졸에서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 고졸 청년은 일반고에서 82.6%, 특성화고조차 62.4%가 일자리와 전공의 불일치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졸 청년은 전공과 직장의 불일치 비율이 가장 높은 인문사회계열도 50.3%로 고졸 청년보다 훨씬 낮았다.
빈번한 일자리 이동은 경력을 통한 숙련 형성을 방해하고, 특수적 숙련을 축적하지 못한 고졸 워킹푸어는 사실상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으로 내세울 수 있는 요소가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때문에 연령이 높아지더라도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졸 청년이 20~24세 166만원, 25~29세 211만원, 30~34세 262만원으로 연령대에 따라 월 평균 50만원가량을 더 받는 것과 달리 고졸은 156만에서 186만원, 204만원으로 그 상승폭이 20만원 미만에 그쳤다.
임금이 적으니 이를 벌충하기 위해 근로시간은 당연히 길어진다. 주 40시간 초과 근로 비중이 고졸 청년은 54.1%로 대졸 청년의 37.7%보다 16.4%포인트 더 높았다. 반면 월 임금 200만원 미만 비중은 고졸이 58.9%로 대졸 청년 38.7%보다 20.2%포인트나 높았다. 고졸 청년 근로자들이 일상적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고졸 청년이 대졸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아 사회보장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특수직연금 포함)은 대졸이 83.8%, 고졸이 71.7% 가입돼 있고, 고용보험은 대졸 81.7%, 고졸 71.1%였다.
학력과 부의 대물림 심각
한국사회에서 학력과 부의 대물림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지만, 고졸 청년 통계에서 그 실상이 보다 뚜렷하게 확인됐다. 고졸 청년의 부모들은 절반 가량이 중졸 이하 학력이었던 반면 대졸 청년들은 그 비율이 20% 전후였다. 아버지 학력이 중졸 이하인 비율이 고졸에서 대졸보다 3배나 더 높은 것이다. 반면 대학을 나온 부모들이 자녀들의 최종 학력을 고졸로 둔 비율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고졸 청년의 아버지들은 47.1%가 중졸 이하, 40.3%가 고졸, 12.6%만 전문대졸 이상이었고, 어머니 학력은 중졸 이하가 54.3%, 고졸 34%, 전문대졸 이상이 11.7%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졸 청년은 아버지 학력이 중졸 이하인 비율이 19.1%에 지나지 않았으며, 고졸이 46.9%, 전문대졸 이상이 29.6%였다. 어머니는 중졸 이하가 26%, 고졸이 54%, 전문대졸 이상이 20%로 나타났다.
가구 소득 및 자산에서도 고졸은 대졸에 비해 취약청년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부모와 함께 사는 대졸 청년 중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가구소득 1, 2분위는 12.8%에 불과했지만 고졸 청년은 31.5%에 달했다. 가구 순자산도 대졸 청년은 1, 2분위가 24.8%였으나 고졸 청년은 두 배가 넘는 52.5%나 됐다.
고졸 청년과 대졸 청년의 격차는 현 세대뿐 아니라 이전 세대에서의 격차가 이어진 복합적이고도 중층적인 결과다. 두 그룹 간에는 노동시장에서의 지위, 소득, 사회보장 혜택에서의 현저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진학/비진학 결정 이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개선되기보다는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를 작성한 연세대 산학협력단 남재욱 박사(사회복지학)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졸 청년들은 이중의 소외를 겪으며 대졸 청년들과 질적으로 다른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가정형편이 안 좋아 고졸이 되고, 고졸이기 때문에 근로빈곤에 시달리는 이 청년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근로장려금을 제외하면 청년정책 대부분이 일하지 않는 사람, 소득이 없는 사람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 애초부터 고졸 근로빈곤층은 제외됩니다. 그들은 ‘어떻게 일을 안하고 있을 수 있어? 편의점 알바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일을 하죠. 하지만 점차 이렇게 살아서는 미래가 없다는 걸 느낍니다. 그러나 당장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인적 자본의 투자를 할 여력이 전혀 없죠. 일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졸 청년들을 지원할 정책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