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별도 법인격 부여
10년간 1850개 외적 성장 불구
공익법인ㆍ협동조합ㆍ회사 등
지금은 가지각색 법인격 혼재
인증 까다롭고 수익활동 제약
2007년 7월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시행될 당시 50개에 불과하던 사회적기업 수는 올해 12월 1,856개로 10년 사이 30배 넘게 성장했다. 어느 정도의 외적 성장은 해낸 반면 체계적이지 못한 사업구조로 인해 이른바 ‘퀸텀점프(대도약)’은 이루지 못했다. 일자리 문제의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을 주목해온 문재인 정부가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사회적기업만의 법인격을 신설하는 방안이다.
사회적기업만의 법인격을 도입하는 건 기업의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리기업과 비영리법인 사이에 위치했던 사회적기업의 정체성과 법적 지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르면 민법 상 법인이나 공익법인, 사회적 협동조합, 비영리 민간단체뿐 아니라 주식회사 등 상법 상 회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법인격들이 사회적기업 인증 대상이다. 이로 인해 비영리법인 형태의 사회적기업의 경우 일정 수의 회원이나 기본자산 및 주무관청의 허가가 요구되는 등 설립절차가 까다롭고, 수익활동에서도 일부 제약이 있었다. 반면 대부분 주식회사로 설립되는 영리기업 형태의 사회적기업은 이윤추구의 극대화에 적합한 운영방식이 사회적 목적의 수행과 충돌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도입했던 사회적기업의 인증제도의 수정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행법상 인증제도는 조직형태부터 의사결정구조 등 7가지의 구체적인 세부기준들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행정기관의 심사까지 밟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로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비영리단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아 일정기간 동안 지원을 받은 후 이를 반납하고, 정관 변경으로 수익 사업과 함께 기본자산을 처분하는 사례처럼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회적기업의 설립은 현행보다 다소 쉽게 이뤄지도록 하되, 이 같은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이윤배분 제한을 비롯해 기업 청산 시 잔여자산 처분 제한 등의 규제를 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법인격 도입으로 사회적기업의 양적 성장 및 지속가능성 제고가 가능할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해외에서는 인증제 대신 사회적기업만의 법인격을 부여해 운영하는 방식이 보편화됐다고 말한다. 특히 영국의 사회적기업 법인제도인 지역공동체 이익회사(CICㆍCommunity Interest Company)가 본받아야 할 모델로 꼽힌다. 김성기 SE임파워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주식회사처럼 설립ㆍ신고주의를 적용하되 기업의 자산을 사회적 소유로 귀속시키는 CIC를 한국 상황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기업의 인증제는 지난 10년 간 역사적 소임을 다한 만큼 이제 다음 세대 제도로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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