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선 사고 208건 급증세
정부, 낚시어선업 진흥하면서
안전 관리ㆍ감독은 ‘걸음마’
낚시어선 ‘선창1호’가 급유선과 충돌해 13명의 승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느슨한 낚시어선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국이 어민소득 증대와 어촌관광 활성화를 위해 낚시어선업을 진흥하면서도 안전 관리와 감독 강화에는 소홀, 관련 사고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낚시어선 이용객 수는 2013년 195만7,000명에서 지난해 342만9,000명으로 3년 만에 75.2%나 늘었다. 낚시어선으로 신고한 선박도 같은 기간 4,390척에서 4,500척으로 증가했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인천은 지난해 낚시어선 이용객 수가 18만9,9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2,900명이나 급증했다. 최근 방송 등의 영향에 바다낚시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다 어족 자원 감소로 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도 적극 뛰어든 결과다.
문제는 낚시어선업의 ‘양적 팽창’과 함께 사고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낚시어선사고는 총 737건에 달했다. 2013년엔 77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08건까지 늘었다. 선창1호처럼 충돌로 인한 사고도 10건 중 1건꼴(73건)이었다.
최근엔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9월 제주 추자도에서 출항했던 낚시어선이 뒤집혀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돌고래호’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방향타 고장으로 속도가 줄어든 배로 너울성 파도가 덮친 게 원인이었다. 지난달 16일 제주항 인근에서도 항구로 입출항하던 낚시어선 2척이 충돌해 6명이 다쳤다. 지난달 25일에는 여수시 대경도와 야도 사이 해상에서 낚시어선과 소형 선박이 충돌해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급증은 낚시어선업에 뛰어드는 어민들이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승객들이 선호하는 출항 시간과 물때에 맞춰 움직이다 보면 어선들이 한 군데로 몰리거나 과속을 할 수 밖에 없다. 한 선박 전문가는 “낚시어선들은 무조건 고기가 잡히는 물때를 맞춰야 해 주변을 살피지 않고 부주의하게 운항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낚시동호인 박모(30)씨도 “선호하는 시간대가 비슷하다 보니 배들이 아슬하게 옆을 지나칠 때도 많다“며 “물살이 강한 날엔 배가 흔들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 관리와 감독은 ‘걸음마’ 수준이다. 돌고래호 사건 이후 ▦구명조끼 착용 의무화 ▦선원 대상 전문교육 실시 ▦승선인원 초과 처벌 강화 등의 조치가 하달된 게 전부다. 의무적으로 승선해야 하는 선원도 낚시 어선이 아닌 일반 어선 기준에 따라 여전히 1명(선장 겸 선원)에 그치고 있다. 관할 해경서장이 안전운항과 사고 방지를 위해 영업시간이나 운항 횟수를 제한할 수 있지만 어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돼 있어 사실상 사문화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낚시어선업자는 일종의 개인사업자인데다 규모가 영세한 경우가 많아 감독이 쉽지 않다”며 “관련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안전 관련 정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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