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중국에 근해조업권 팔고
어민들엔 수산물 증산 독려
북한의 낡은 목조 어선들이 일본 서쪽 해안(동해)으로 떠내려가는 경우가 최근 들어 유독 잦아지고 있는 현상은 결국 무리한 조업 강행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선박 내에서 주검들이 다수 발견된다는 점인데, 문제는 대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나무배를 탄 채 ‘목숨을 건 항해’를 하도록 내몰고 있냐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북한이 근해조업권을 중국에 해마다 헐값으로 팔고 있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014년부터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구간마저 매각 대상에 포함됐고, 지난해 10월에는 서해를 넘어 동해상의 한일 중간수역에까지 중국 어선들이 출몰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북한 수역 조업권이 계속해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 국가정보원은 국회에 “북한이 1,500여척이 조업할 수 있는 해역의 연안 어업권을 중국에 팔아 연간 3,000만달러(326억원)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북한 김정은 정권은 ‘수산물 증산’을 독려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작년 5월 제7차 당 대회에서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 대풍을 안아 와야 한다”고 주민들을 다그쳤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달 7일 사설을 통해 “수산 전선은 인민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전선”이라고 했다. 북한 어민들로선 중국으로 어업권이 넘어가 버린 서해나 동해 등 근거리 해안이 아니라, 500㎞ 이상 떨어진 먼 바다로 나가 ‘불법 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외화 자금줄이 하나둘씩 끊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 어민들의 생존권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북한에서 고기잡이는 매우 짭짤한 외화벌이 수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지난달 말까지 일본 해안으로 떠내려 오거나 인근 해역서 표류하다 발견된 북한 어선은 총 299척인데, 지난달에만 최소 2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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