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주진오
‘한국 스포츠…’ 특별전 간담회
“역사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물관은 역사에 대한 어떤 특정한 관점을 주입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하는 곳일 뿐입니다.”
4일 ‘한국 스포츠, 땀으로 쓴 역사’ 특별전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진오 관장의 강조점이다. 상명대 교수인 주 관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주장과 이에 바탕을 둔 국정교과서 추진 때 제1선에서 맞서 싸웠던 역사학자다. 이 때문에 보수를 자임하는 쪽에서 주 관장의 취임을 두고 ‘전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라는 인식이 강했다.
취임 한 달여가 지난 주 관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그는 “상명대 시절 학생들의 평가가 가장 좋았던 수업도 학생들로 하여금 판·검사, 변호사 역을 나눠서 인물이나 사건을 두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논쟁하게 했던 유형의 수업”이라며 “역사를 배운다는 건 그런 다양한 관점을 이해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박물관은 역사에 대해 고민해 볼 계기와 단서를 던져 줄 뿐,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라는 얘기다.
주 관장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그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다루는 가장 최근의 현대사라는 게 신기한 유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복잡한 현실세계의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며 “디지털 기법을 접목하거나 다양한 문화전시와 함께 선보일 수 있는 접근법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신감도 내비쳤다. 주 관장은 “문화콘텐츠라는 말이 유행할 때 ‘역사콘텐츠’라는 말을 제일 먼저 만들어 쓰면서 디지털 작업을 해 본 경험도 있고 콩고에서 박물관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도 했다”며 “이런 경험들을 잘 접목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국 스포츠, 땀으로 쓴 역사’ 특별전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주 관장 취임 이전에 준비된 전시다. 일제강점기 축구와 야구를 비롯, 초대 프로야구,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박찬호·박지성·장미란 등 각 분야 유명 선수들 얘기를 담았다.
여운형이 웃통을 벗고선 철봉으로 단련된 가슴근육을 내보이며 운동을 권장하는 내용 등 흥미로운 기록이 많다. 주 관장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서 그 시절 유명했던 선수들에 대한 추억을 꺼내 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주 관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기획된 전시라면 피겨의 김연아 선수를 빼놓을 수 없는데 협조가 잘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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