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부품 조립공 시급이 2940원
근로능력 상당해도 턱없이 깎여
중증장애인 취업 확대 위한 규정이
일반 장애인 저임금 굴레로 악용돼
“최저임금 적용땐 고용 더 꺼릴 수도” 딜레마
2,940원. 발달장애 1급인 최모(28)씨가 서울의 한 직업재활시설에서 전기부품을 조립하면서 받는 시급이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일해 한 달에 35만원 남짓을 손에 쥐지만, 고용주의 횡포나 착취, 혹은 불법은 아니다. 최씨는 장애로 인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적용제외’ 대상이기 때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 또는 신체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한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 수십명은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요구하며 14일째 서울 중구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지난달 21일부터 김영주 고용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농성을 벌이는 이유는, 장애인들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예외 조항 때문이다.
1986년 최저임금법을 제정하면서 장애인에 한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낮은 임금일지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실에선 의도와는 다르게 악용되고 있다고 장애인 단체들은 주장한다. 문애린 전장연 조직국장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은 근로능력이나 생산성이 현저히 낮지 않아도 장애인이라면 무조건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주도록 하는 일종의 면죄부”라고 말했다.
고용주가 고용부에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신청을 하면, 정부는 현장에 가서 장애인의 근로능력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고용부의 업무처리지침에서는 비장애인 근로자가 100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을 때 장애인의 생산성이 90 이하일 경우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문 국장은 “지난해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근로자의 평균 시급은 법정 최저임금 6,030원의 48.0%인 2,896원”이라면서 “근로능력은 90%인데 시급은 50%도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이지만, 일단 정부조차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관련 질의에 “장애인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만들어진 규정이기 때문에 이 기준을 완화할 경우 부작용에 대한 보완대책을 먼저 만들어 고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을 적용 받지 못하는 장애인의 95%가 정부 산하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이달부터 장애인 일자리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가 임금 부담으로 작용, 민간기업에서 장애인 고용을 꺼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결과적으로 장애인들의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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