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매년 지속적 증가 불구
구형 헬기ㆍ보트 운용 여전
인천구조대 차량ㆍ민간선 이용
속도 낼 수 없어 현장 늦게 도착
“구조대 곳곳 배치하긴 인력 부족”
15명이 숨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체됐다가 올 7월 부활한 해양경찰의 구조체계가 개선될 부분이 남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호 이후 구조ㆍ안전 분야 사업 예산을 늘려가고 있으나 해경은 여전히 낡은 장비와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5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수색ㆍ구조 역량 강화, 항공기 도입, 해양사고 예방, 연안구조장비 등 구조ㆍ안전 관련 12개 사업 예산은 2014년 2,550억원에서 2015년 3,366억원, 2016년 3,39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2,558억원으로 몇 년간 추진해왔던 일부 사업들이 끝나면서 예산이 다소 줄긴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강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예산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5~2016년 사이 수색ㆍ구조 역량 강화 분야는 40억에서 11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액됐고, 연안구조장비 도입 예산도 24억원에서 148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예산이 전혀 없었던 전문구조장비 인프라 확충도 43억원이 새롭게 편성됐다.
하지만 해경 장비 부족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에 따르면 해경에 필요한 헬기ㆍ비행기는 모두 52대이다. 그러나 해경이 보유한 항공기는 헬기 17대, 항공기 6대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대뿐이다. 헬기ㆍ비행기의 40%는 기령이 18년을 지났고 야간 비행도 불가능하다. 최근 3년간 헬기ㆍ항공기의 비행시간 대비 수리시간 현황을 보면 23대 중 6대가 수리에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헬기 벨-412종의 경우 연간 평균 170시간을 비행했으나 수리시간은 1,643시간에 달했다.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가 영흥도 진두항 남서쪽 1.85㎞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에 들이 받히는 사고가 발생했으니 현장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3일 오전 6시 6분. 급유선 명진15호가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낚싯배와 충돌해 2명이 추락했다’고 신고한지 1분이 지난 때였다. 영흥파출소 직원 3명이 구조보트를 묶어놓은 곳에 도착한 것은 이날 6시 13분이다. 하지만 보트는 13분이 지난 6시 26분에야 계류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해경 전용이 아닌 민간 계류장에 보트를 두다 보니 어선 7대에 둘러싸여 배들을 옮겨야 했기 때문. 보트에는 야간 항해를 위한 레이더도 없어 눈에만 의지해 7.5노트(시속 13.8㎞) 속도로 가다 서다를 반복해 6시 42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고 해역에서 뱃길로 각각 25.7㎞, 12.8㎞ 떨어진 곳에 있는 해경 인천구조대와 평택구조대는 구조보트보다 한참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인천구조대는 배가 아닌 차량으로 50㎞ 떨어진 영흥파출소까지 이동한 뒤 민간구조선을 타고 오전 7시 36분 현장에 도착했다. 보유한 보트 2척 중에 야간 항해 장비가 있고 최고 속도가 40노트(시속 74.0㎞)에 이르는 신형은 고장이 나 수리 중이었고 기상이 나쁜 상황에서 구형 보트를 타기엔 위험했기 때문이다. 평택구조대가 양식장 등을 피하느라 입파도 남쪽으로 우회했어도 19노트(35.1㎞)의 속도로 현장에 오전 7시 17분 도착한 것을 감안하면 “인천구조대에 신형 보트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경은 “구조대를 곳곳에 배치하면 대처가 빠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인력과 예산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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