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세제 투명성 떨어져
17개국 확정… 반발 거셀 듯
유럽연합(EU)이 5일 한국을 포함한 역외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다. 세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이지만 각 나라의 정책적 특성을 간과한 채 조세피난처에 준하는 기피 대상으로 취급하겠다는 발상이어서 블랙리스트 국가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EU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경제이사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EU가 공개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는 한국을 비롯, 파나마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베이도스 카보베르데 그레나다 마카오 마셜제도 팔라우 세인트루시아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괌 몽골 나미비아 토바고 등이다.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거나 자치령, 저개발국이 많다. EU는 한국이 외국인 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소득ㆍ법인세 등 감면 혜택을 주는 과정에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워 블랙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우리 정부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은 법에 근거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EU 측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U는 지난해 말 조세회피 블랙리스트 후보 92개국을 선정한 뒤 해당 국가에 조세정책 평가를 위한 세부내용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선별 작업을 해왔다. 특히 지난달 역외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뮤다 로펌 ‘애플비’에서 조세회피 자료 ‘파라다이스 페이퍼스(Paradise Papers)’가 유출된 이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차를 가했다. 그 동안 EU 회원국들은 저마다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을 줘 왔지만 연합 차원에서 통일된 목록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EU는 17개국 외에 47개국도 ‘그레이리스트’로 선정했다. EU 기준에는 맞지 않지만 세제 관련 법을 바꾸겠다고 약속한 나라들이다.
EU가 이들 국가에 어떤 제재를 취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U 내에서도 블랙리스트 대상국에 강력한 금융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있는 반면, 아일랜드 몰타 룩셈부르크 등 저세율국은 제재 수위를 높일 경우 다국적기업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미온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은 조세회피 의심을 받는 자체 만으로도 불명예를 넘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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