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제정신이야?” 공연기획사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11월 “지금 나라가 이 지경인데 공연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전화를 수차례 받아 속을 썩었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어수선한 시국에 가수들이 춤추며 노래하는 공연을 삼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항의 전화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다. 공연을 연기, 취소하라는 전화가 빗발쳐 난감했다.
지금 상황은 180도 변했다. A씨가 일하는 공연 기획사의 올해 11월~12월 콘서트 티켓 판매 예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공연 시장의 대목인 11월~12월에 겪은 극심했던 ‘보릿고개’를 올해 딛고 일어선 것이다.
지난해 연말 꽁꽁 얼어붙었던 공연 시장에 볕이 들고 있다. 올 봄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연말 공연 시장에도 활력이 도는 모양새다.
6일 공연 티켓 인터넷 예매처인 예스24에 따르면 11월 콘서트 티켓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5%가 늘었다.
‘트로트 황제’ 나훈아의 복귀도 호기로 작용했다. 7월 앨범 ‘드림 어게인’으로 11년 만에 복귀한 나훈아는 지난달 서울과 부산 등에서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중년 콘서트 시장에 불을 지폈다. 이 열기가 다른 중견 가수들의 공연에까지 옮겨 붙어 시장을 키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37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해 활동을 재개한 정미조가 10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젊은 날의 영혼’ 콘서트를 여는 등 중장년층의 눈길이 가는 공연이 많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50대 이상 가수들의 공연을 주로 기획하는 공연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남진을 비롯해 이미자, 심수봉 등 중년 가수들의 12월 공연 티켓 예매 현황도 예년과 비교해 더 좋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나훈아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해 ‘불효자’라고 자책했던 이들이 올 연말 중년 가수들의 공연시장에 뛰어든 덕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남식(41)씨는 “나훈아 공연 티켓을 못 구해 마음에 걸렸다”며 “부모님이 이미자도 좋아해 이번엔 꼭 표를 구해드리고 싶어 예매했다”고 말했다.
모처럼 ‘봄’을 맞은 중년 콘서트 시장과 더불어 이달 빅뱅을 비롯해 하이라이트, 방탄소년단, 비투비 등 굵직한 대형 아이돌 그룹이 잇따라 공연을 앞두고 있어 연말 공연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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