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해지 때도 기본 금리 주거나
수시 입출금에 고금리 상품 인기
넘치는 단기자금 유치 경쟁
#. 직장인 황모(35)씨는 최근 적금 만기로 손에 쥔 3,000만원을 연 1.8% 금리를 주면서도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에 넣었다. 황씨는 “은행 정기예금에 묶어두기엔 아직 금리가 낮아 나중에 금리가 더 오르면 옮길 생각으로 잠시 ‘파킹’을 해 두기로 했다”며 “수시 입출금 통장은 돈이 묶일 염려도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금리인상기가 시작되면서 자금을 수시로 입ㆍ출금하거나 짧은 기간 예치할 수 있는 이른바 ‘파킹 통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주차처럼 자금을 잠시 묶어둔다는 의미인데, 금리도 정기예금보다 크게 낮지 않은 편이어서 ‘일석이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등도 고객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지난 9월 출시한 ‘중도해지 OK 정기예금’이 잔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고 이날 밝혔다. 중도해지 시에도 기본금리인 연 1.8%를 그대로 적용하는 상품인데, OK저축은행은 1,000억원 돌파를 기념해 금리를 1.9%로 올려 고객 유치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향후 금리 변화를 지켜보려는 고객들에게 단기자금 운영 용도로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웰컴저축은행도 최근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 상품을 기존 2종에서 4종으로 확대했고, SBI저축은행도 자유입출금식 통장에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1.9%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은행도 이런 단기자금 운용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SC제일 마이줌통장’은 출시 한 달만에 수신액 1조원을 돌파했다. 최고 연 1.5% 금리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고객이 100만원부터 최대 10억원까지 예치금액을 직접 설정하고 매달 바꿀 수 있다. 김용남 SC제일은행 수신상품팀 이사는 “금리 추이와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고자 하는 고객이 최근 증가해 빠르게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 단기자금을 더 끌어올 수 있도록 고객들에게 제시할 우대 혜택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수시 입ㆍ출금까진 아니어도 만기가 1년 미만으로 짧은 기존 예금상품들도 인기다. 홍승훈 KB국민은행 잠실롯데센터PB팀장은 “완만하긴 해도 금리가 계속 오를 걸로 예상돼 만기 2~3년 이상의 예ㆍ적금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다만 3개월 단위 초단기 상품은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에 6개월~1년 짜리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6월말 현재 31.3%까지 하락했던 은행권의 전체 예금 대비 만기 1년 미만 정기예금 비중은 9월말 33.7%로 반등했고, 1년 미만 정기예금의 잔액 규모도 올 1월말 약 177조원에서 9월말 211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파킹통장 외에도 전통적인 단기자금 투자처인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역시 지난 8월 1,258만개에서 이달 초 1,292만개까지 늘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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