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이 사실상 부활한다. SBS가 오는 14일부터 매주 3부작으로 방영할 예정인 ‘연애도시’는 평범한 미혼 남녀 8명이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펼치는 연애 심리전을 담는다. 젊은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밀고 당기는 심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짝’을 떠올리게 한다. 2011년 초창기 ‘짝’의 조연출로 일했던 황성준 PD와 작가 등 ‘짝’ 관련 스태프가 참여한다.
우려의 시선은 크다. ‘짝’은 2014년 3월 촬영 도중 한 여성출연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큰 충격을 줬다. 출연자의 자살로 ‘짝’은 부랴부랴 폐지를 선언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짝’이었지만 지난 3년 동안 방송가에선 ‘짝’의 부활설이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교양국에서 제작한, 몇 안 되는 장수 프로그램인데다 ‘짝’이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SBS 교양국은 무성한 풍문에 화답하듯 ‘연애도시’를 편성했다. 일단 파일럿프로그램(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한 방송)으로 출발을 알리지만 내년 정규방송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짝’ 사고를 계기로 방송가 찬밥 신세로 전락했던 일반인 대상 일명 ‘짝짓기 프로그램’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출연할 경우 출연자의 사생활 보호와 정서적 안정 대책이 필요한데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짝’이 범한 우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애도시’는 출연자의 직업 등 사회적 지위를 강조했던 ‘짝’보다 더 자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처음 만난 남녀가 서로의 과거 연애담과 이별 이야기를 고백해야 하기 때문이다. ‘짝’이 제작되던 3년 전과 달라진 방송 밖 환경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의 신상과 개인에 대한 비난이 실시간으로 더 빠르게 퍼지는 시대가 됐다.
SBS는 “처음 연애 관련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 땐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면서도 제작진 교육이나 가이드라인 마련 등은 하지 않은 분위기다. 한석현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상황을 시청자들이 목격했기 때문에 방송사는 연출자나 제작진의 교육이나 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짝’ 제작진이 비슷한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SBS가 ‘연애도시’에 ‘짝’의 제작진을 투입해 노하우를 녹인 건 어느 정도 ‘짝’의 후광을 받고 싶다는 얘기”라며 “과거의 과오를 씻었다는 제작진의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 대신 연예인을 출연시켜 사고 가능성과 논란을 차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JTBC가 내년 인터넷 플랫폼인 디지털스튜디오를 통해 공개하는 ‘룰루랄라 룰렛남친’(가제)이 좋은 예다. 신인 남자배우 4명에게 ‘상남자’나 ‘애교남’ 등 캐릭터를 부여하고 이들이 여성 초대손님의 마음을 사려 하면서 벌어지는 가상 연애를 담았다. 연애 상담 전문가도 나와 일반인 출연에 따른 위험을 줄이려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일반인 출연자 위주의 프로그램은 주목도가 떨어지고 출연자의 이력이 완벽하게 검증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제작진에게는 부담이 된다”며 “최근 연애 관련 프로그램에 연예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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