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취업때까지 384만원 들어
직장 잡고도 84%가 이직 희망
재취업 경단녀 월급 48% 적어
미혼자의 31%는 1인 가구
고교생 한달 사교육비
강남 3구 86만 vs 강북 54만원
# 신입사원 A씨가 토익 시험과 각종 자격증 취득 등에 쏟은 시간은 1년 1개월이나 된다. 이 기간 학원과 도서관을 오가며 쓴 돈도 384만원에 달한다. 이렇게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A씨는 월급조차 온전히 챙기지 못한다. 학자금과 셋방 보증금 마련 등을 위해 떠안은 은행 빚 3,000여만원을 갚아야 해 매월 61만원이 빠져 나간다.
#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 B씨는 퇴사 후 5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을 그만두지 않은 여성 동료와 비교해 월급은 48%나 적었다.
올해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팍팍한 일상을 견뎌왔다. 신한은행은 7일 이러한 취업준비생과 신입사원, 학부모, 경단녀, 직장인 등의 금융 현 주소를 담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전국 20~64세 2만명을 대상으로 한 이메일 설문조사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평균 취업준비 기간은 13개월이고 입사 합격 때까지 쓴 돈은 생활비와 주거비 등 덩치가 큰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평균 384만원이나 됐다. 취업 비용은 공무원 준비가 63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일반 사무직 준비 비용(345만원)의 1.8배였다. 비용은 대부분 부모(월 평균 15만원)로부터 지원 받았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경력 3년 이하 신입사원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47%)는 학자금(21%) 주택담보대출(8%) 전ㆍ월세 자금대출(8%) 등으로 평균 2,959만원의 대출을 끼고 있었다. 4년 간 매월 61만원씩 꼬박꼬박 갚아도 원금 조차 다 털어 낼 수 없는 규모다.
사회 초년생 10명 중 무려 8명(84%)은 첫 직장에 만족하지 않고 이직을 희망했다. 이들은 “현 연봉에서 695만원(평균)만 더 주면 옮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경단녀의 열악한 처우도 여전했다. 30ㆍ40대 여성 직장인의 월 평균 급여는 274만원인데 반해, 짧게라도(1년 미만) 경력 단절을 경험하면 평균 월급(243만원)이 29만원 낮아졌다. 특히 5~7년 경단녀는 평균 월급이 143만원에 불과했다.
사회 구조적 변화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대변하듯 미혼자의 31%는 1인 가구였다. 이들의 주택 마련 등엔 평균 3,143만원이 들었는데 충당금은 보유 자산(35%)이나 대출(13%)보다 가족과 친지한테 손을 벌리는 경우(49%)가 많았다.
서울 서초ㆍ강남ㆍ송파 등 강남 3구와 강북(14개구) 간 사교육비 격차도 뚜렷했다. 특히 고등학생 자녀를 위해 강남 3구의 부모들은 월 평균 86만원을 쏟아 붓고 있는 반면 강북 부모들은 54만원을 지출했다. 이런 교육비 격차는 중학생(13만원), 만 4세 이하 영유아(10만원) 순으로 높았다. 지역을 막론하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예체능(영유아 26%, 미취학 56%)에 투자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지만, 입학 이후에는 초등학생(69%) 중학생(86%) 고등학생(78%) 모두 국어와 영어, 수학 등 학과목 중심 사교육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처럼 주거비와 교육비 등으로 돈이 새어나가는 탓에 상당수는 노후를 준비할 겨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용 저축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직장인이 26%나 됐고, 저축을 하는 직장인도 월 평균 투자액은 26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평균 근로소득(285만원)의 9%에 그쳤다. 저금을 안 하는 이유로는 ‘저축할 목돈이 없어서’(37%)란 대답이 가장 많았는데, 이렇게 답한 사람들의 43%는 초ㆍ중ㆍ고등학생 자녀를 둔 20~50대 직장인이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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