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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루살렘과 알 쿠드스

입력
2017.12.07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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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은 ‘평화의 도시’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이슬람권에서는 ‘신성한 곳’이라는 뜻의 아랍어인 ‘알 쿠드스(Al-Quds)’로 불린다. 그래서인지 중동에는 이를 본뜬 이름이 매우 많다. 라마단 마지막 금요일인 ‘쿠드스의 날’에는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는 행사와 반미 집회가 열린다.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도 ‘알 쿠드스’라는 해외파병부대다. 동예루살렘에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친파타당계의 알 쿠드스 대학이 있다.

▦ 예루살렘은 서울의 5분의 1 정도 크기다. 그 중에서도 1㎢가 채 안 되는 동예루살렘의 ‘올드 시티’가 이-팔 갈등의 핵심이다.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각각 성지로 모시는 ‘통곡의 벽’과 ‘알 아크사 사원’이 모두 이 곳에 있다. 이런 이유로 유엔은 이스라엘이 독립선언을 하기도 전 예루살렘에 ‘특별국제체제’라는 지위를 부여했다. 어떤 주권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오슬로 협정으로 탄생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삼으면서 예루살렘 문제는 ‘이-팔 평화협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는 게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견지해 온 대원칙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도 이곳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현실적으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 러시아가 앞서 서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 러시아가 4월 서예루살렘을 승인한 것은 동예루살렘도 팔레스타인의 미래 수도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두 국가 원칙’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 대사관은 텔아비브에 그대로 남긴 이유다. 백악관은 올드 시티의 성지는 현 상태를 유지하고 미 대사관의 새 부지도 서예루살렘 지역이 될 것이라고 방어막을 치지만 옹색하긴 마찬가지다.

▦ 전 세계의 극렬한 반발과 비난은 예상대로다. “트럼프가 ‘지옥문’을 열었다” “‘한 국가 해법’의 폭력만이 남았다” 등 거친 발언이 횡행하고, 미국 내 유대사회조차 양분돼 있다. 이-팔 평화협상의 중재자로서 미국의 지위가 사라지고 러시아와 이란 중심으로 세력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가 원하는 ‘미국 우선주의’가 이런 것일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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