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곳에는 세계 최대 홍등가 중 하나인 다울랏디아 마을이 있다.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성매매 여성은 2,000여명이나 된다.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는 여성들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주류 사회로부터 낙인이 찍힌 이 여성들의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도 큰 문제다. 이들 대부분은 교육과 의료 등 사회보장 혜택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성매매 여성이 일하는 동안 자녀들은 방치되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방에 홀로 남겨져 있는 경우가 많고 손님들의 잔심부름을 하면서 홍등가 지역을 서성인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는 쉽지 않아, 이른 나이에 술이나 마약에 중독되기도 한다. 이들은 글을 읽거나 쓸 수도 없고, 홍등가 안에서는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부모의 직업을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 지역의 성매매여성 라베야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생계가 막막해지자 2000년 어린 두 자녀와 함께 고향을 떠나 다울랏디아로 들어왔다. 그곳에서 한 남성을 만나 두 명의 자녀를 낳고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나 기쁨은 잠시. 남편은 라베야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났다. 네 명의 자녀와 라베야는 고단한 홍등가의 삶에서 탈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은 자랐다. 막내딸 퓨니마가 다행히 현지 구호단체가 운영하는 지역 초등학교에 다니게 됐기 때문. 퓨니마는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학교가 너무 좋고 친구들과 책을 읽고 노는 것도 즐겁다”라며 “열심히 공부해 훌륭한 경찰이 돼 이곳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라베야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 인해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직업을 갖게 됐지만 자녀만큼은 훌륭하게 키워 홍등가를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현지 구호단체들은 지난 20여년간 다울랏디아에서 이 지역 아동의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해 왔다. 취약계층 영ㆍ유아 발달 지원 사업, 성매매 위험에서 구출한 아동들을 위한 보호소 조성 사업인 ‘세이프홈 사업’ 등을 지원했다.
2015년 12월 다울랏디아 홍등가에는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다. 홍등가 출신 여성으로서 이 지역 여성과 아동의 인권을 위해 일해 온 단체 ‘모든 편견의 장벽으로부터 자유를 원하는 여성들(MMS)’의 모지나 배굼 대표가 방글라데시 여성아동부에서 수여하는 ‘조이타(Joyeeta)’ 상을 수상하게 된 것. 방글라데시어로 ‘조이타’는 ‘전투에서 이긴 여성의 승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아로 자라 학교에 갈 기회가 없었던 모지나 대표는 13세 때 아이 셋인 남성과 결혼했지만, 짧은 결혼 생활은 폭력과 학대로 악몽과 같았다. 그는 결국 딸 셀마를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으로부터 탈출했다. 배운 게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1988년 결국 홍등가로 흘러오게 됐다. 하지만 1991년 그의 삶은 극적으로 변했다. “시민단체 직원들이 찾아와 ‘새로운 계획’을 소개했죠. 그 때부터 성매매여성와 자녀들의 인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성매매 여성과 자녀를 향한 사회의 시선과 싸우기가 쉽지 않았다. 이들과 자녀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을 하다가 경찰에 체포돼 수감된 일도 여러 번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아동보호 시스템을 갖추는 일에 주력했고, 엄마들이 이 아동보호 시스템을 활용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도록 하는 사업을 이끌어 내는 등 그의 끈질긴 노력 덕분에 이제 이곳에서도 희망이 자라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가지 못해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그의 소망은 결실을 맺어 5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몇몇 아이들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직업 교육을 받아 홍등가 밖에서 직업을 얻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 전역에는 약 10만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있다. 모지나 대표는 다울랏디아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방글라데시 전역으로 확대해, 홍등가 어린이들이 성매매가 아닌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가기를 꿈꾸고 있다.
이재광ㆍ세이브더칠드런 해외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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