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암호화 전자화폐 ‘비트코인’ 시장이 국내 한 고교생의 사기극 주장으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 달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로 퍼졌던 비트코인 하드포크(Hard Forkㆍ기존의 가상화폐로 다른 가상화폐를 만드는 작업) 소문 실체가 한 고교생의 거짓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 때문이다. 이 주장은 특히 지난 10일 비트코인 가격이 1,400만원까지 폭락하면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발단은 SNS상에서 지난달 27일부터 ‘비트코인 플래티넘’ 계정에 영어로 비트코인 플래티넘과 관련된 글들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계정 사용자는 투자자들에게 하드 포크로 만들어진 비트코인 파생 화폐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골드’, ‘비트코인 다이어아몬드’처럼 ‘비트코인 플래티넘’이 나올 예정이란 기대감을 부풀렸다.
이 계정에 따르면 이달 12~13일 비트코인 하드포크가 예정됐다. 하지만 지난 10일 이 계정에 한국어로 소개된 글이 올라오면서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 글에는 “앙 숏 개꿀띠”, “그러게 누가 비트코인 사랬냐. 숏 개꿀띠”라고 쓰여졌다. 이 게시물이 올라오자 비트코인 플래티넘 트위터 계정을 믿고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동요는 커졌고 모든 게 사기였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이른바 ‘신상털기’를 통해 서울 지역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이 해당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A군의 신상 정보는 트위터 뿐 아니라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게 퍼졌고 그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페이스북에는 이번 사기극을 벌였다고 의심받고 있는 A군의 가족사진과 함께 “너희 누나부터 죽여줄게” 등 위협적인 글들이 게재됐다.
여기에 지난 11일엔 A군으로 추정된 인물이 올린 페이스북 계정엔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기극 설에 대한 사과문도 올라왔다. A군은 사과문에서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감히 올린다”며 “죄송하다”고 했지만 이는 “사칭 계정”이란 주장까지 흘러 나왔다.
하지만 이 사과문이 게재된 직후, 트위터 ‘비트코인 플래티넘’ 계정에 “사기가 아니다”란 글이 올라오면서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진 상태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계정에는 11일 “저희의 프로젝트가 일부 개발진의 악의적인 의도에 따라 중단된 것처럼 설명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저희 프로젝트는 다국적 지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하드포크는 예정 일자로 정상 진행이 됨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이어 “현재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개발진이 저희 개발팀에 합류한 건 사실이나 일부에 속한다”고 해명했다. 이 계정 사용자는 이날 오후 6시에 공식 입장문을 다국어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세상에 나온 지 8년 만인 11일 오전 8시(한국시각)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첫 선물 계약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면서 올해 초 120만 원대였던 1 비트코인이 이달 초 2,500만 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시장에서 ‘한국’은 큰 손으로 불리며 주목 받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의 비트코인 시장을 ‘핵폭발의 중심지’라고 부르며 과열 양상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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