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 6~8%보다 훨씬 많아
평가원 “재수생 비중 늘어서” 해명
11일 발표한 대입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중 예상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은 처음 절대평가가 시행된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이었다. 출제진들이 당초 밝힌 영어 시험 난도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6월과 9월 두 차례 치른 모의평가의 중간 정도, 1등급 비중 6~8%였다. 하지만 실제 1등급 비중은 10.03%로 평가원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평가원은 1등급 비율이 이렇게 높아진 데 대해 “9월 모의평가에서 ‘예방주사’를 맞은 학생들이 영어 시험을 잘 준비했고,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은 졸업생들이 대폭 늘어나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설명한다. 이번 수능 재수생 비율은 24.9%로 9월 모의평가(14.9%)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인원수로는 5만5,000명 정도 증가했다. 시기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분석실장은 “절대평가는 유사한 난도로 출제한다고 할지라도 학생들의 학습 준비도에 따라 등급 비율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영어시험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시험을 치를 때마다 1등급 비율은 크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6월 모의평가에서 8.1%였던 1등급 비율은 9월 모의평가에서는 5.4%로 이번 수능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9월 모의평가 당시 1등급 비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에도 평가원은 “학생들의 학습 수준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무엇보다 1등급 학생 수가 무려 5만2,983명에 달하면서 상위권 내에서는 변별력을 거의 상실한 모습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상위 20개 대학의 서울 시내 모집 인원이 7만명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영어 영역은 상위권에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들도 매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한 고등학교 고3 담임 홍모 교사는 “한 과목의 변별력이 완전히 없어지면 과도하게 다른 과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 결과 왜곡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진학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