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단체 13일 기자회견서 촉구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카드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박인규 대구은행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참여연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 회원 10여명은 13일 오전 대구 수성구 대구경찰청 앞에서 ‘박인규 대구은행장 3차 소환조사 즈음 구국 수사 및 은행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8월부터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20분쯤 출두한 박인규 대구은행장을 대상으로 31억여원의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다.
이들 단체는 “대구은행 비자금 수사는 대구경찰이 정경유착 등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절호의 기회인데, 수사착수 5개월이 되도록 ‘수사 중’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인카드로 고객사은품을 구입한다고 해 놓고 상품권을 받아 할인하는 방법으로 31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엽기적인 사건에 대해 수사를 미적거리는 게 또 다른 ‘적폐’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이 수사를 질질 끄는 것은 수사 결과가 두렵거나, 감당 못할 파장이 있거나, 외부의 압력 때문이거나, 아니면 경찰이 무능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경찰이 무능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미적거리는 것을 보면 대구경찰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비자금 조성으로 은행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벌써 사퇴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부 제보자를 색출한다며 통화내역 조사를 하고 있다”며 “박 행장이 꾀병까지 부려가며 수사를 미루며 책임지지 않는 중요한 이유는 대구경찰의 미온적인 수사 태도 때문”이라며 경찰에 화살을 날렸다.
박 행장의 갑질 의혹도 제기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비자금 조성과 함께 금융감독원 직원채용 청탁의혹,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대구은행 거래회사에 맡기고 대금을 주지 않았다는 갑질의혹도 받고 있다”며 “죄질도 무겁고 수사에 비협조적이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박 행장은 즉각 사퇴하고, 대구경찰은 구속수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시민단체는 ‘박인규 대구은행장 수사 관련 공개서한’을 대구경찰청장 앞으로 보냈다. 서한문에서 “수사가 미온적이고 처리가 지연될수록 그 피해는 대구은행 구성원과 이용자, 대구시민들에게 전가된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대구은행 측은 조성한 비자금을 경조사비 등 은행 관련 대외업무에 사용했고, 인테리어비 미지급 등 갑질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