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취재하던 한국 취재진이 14일 중국 경호 측에 집단 구타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자국 국민을 보호하지 못한 청와대의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소통을 강조하며 경호의 수준을 낮추는 ‘열린 경호’를 표방했지만 과연 대통령과 국민의 안전 모두 지킬 여력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 취재진은 전날부터 중국 측의 일방적 진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 측은 전날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취재하기 위해 포토라인에서 대기하던 우리 취재진에 강압적으로 철수를 요구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취재진과 청와대 춘추관 측에서 청와대 경호처에 “물리적 충돌 징후가 보이니 신경을 써달라”고 몇 차례 얘기했음에도 경호처는 “중국 경호팀이 매우 협조적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방중 때에도 청와대 취재진이 중국 경호 측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전례가 있어서, 청와대가 또다시 안일한 대처로 사달을 방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기자들에 대한 폭행이 모두 대통령 지척거리에서 발생한 점도 충격적이다. 한국 취재진은 ‘한중 무역파트너십’ 개막행사에 참석해 국내 기업 부스를 돌던 문 대통령을 뒤따르다 1차 폭행을 당했고, 이어 스타트업 부스로 이동하던 문 대통령을 따라 움직이다 2차 폭행을 당했다. 당시 문 대통령과 경호원은 부스 내부에 있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차례 폭행 상황에서 우리 취재진은 전혀 보호를 받지 못했다. 두번째 폭행 상황에서 춘추관 관계자도 “우리 경호 어디 갔습니까” “한국 경호 와주세요” 라고 3~4회 큰 소리로 외쳤고, 보다 못해 직접 말리다가 중국 경호 측에 목덜미를 잡혀 넘어졌다. 경호처 직원은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진상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행사장 내부가 복잡했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경호하기 위해 경호 인력이 분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경호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빈방문 수행단에 포함된 취재 기자에 대한 기본적 경호가 전무했던 점에서는 청와대 책임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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