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한중 평화에 큰 위협”
양꼬치∙칭따오 등 언급하며
“한국 젊은층서도 中流 유행”
290명 참석 30분간 14차례 박수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했다. 한중 양국의 역사적 인물과 중국 고전의 고사 등을 여러 차례 인용하면서 한중 미래관계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양국 간 역사적 유대감을 강조했다. 약 30분 정도의 연설 도중 청중으로부터 14차례 받았고 마지막에는 기립박수를 받는 등 환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의 평화와 발전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한중 양국은 북한의 핵 보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이 같이 밝히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하는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며, 북핵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전날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4대 원칙을 재차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주역’의 한 구절인 이인동심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ㆍ두 사람의 마음을 함께 하면 그 날카로움은 쇠를 절단할 수 있다)을 언급하고 “한중이 같은 마음으로 함께 힘을 합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어 내는 데 있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중관계의 미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생락재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ㆍ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이라는 왕안석의 시 명비곡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며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 사이의 관계처럼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은 항상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천 년간 이어진 한중교류의 역사는 양국 간의 우호와 신뢰가 결코 쉽게 흔들릴 수 없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두 나라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운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양국 국민 공통의 염원이며 역사의 큰 흐름이라 믿는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양국 간의 경제 협력만큼 정치ㆍ안보 분야의 협력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25년 전의 수교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양국이 함께 열어나갈 새로운 25년도 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며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중국의 대문호 루쉰 선생은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며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여러분의 도전정신이 중국과 한국의 ‘새로운 미래’를 앞당길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이 함께 번영했던 역사를 나열하고 “중국이 번영하고 개방적이었을 때 한국도 함께 번영하며 개방적인 나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의미에서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를 높이 평가한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연설을 통해 단지 경제성장뿐 아니라 인류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통 큰 꿈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법치를 통한 의법치국과 의덕치국, 인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정치철학, 생태문명체제개혁의 가속화 등 깊이 공감하는 내용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법과 덕을 앞세우고 널리 포용하는 것은 중국을 대국답게 하는 기초로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을 신뢰하게 하고 함께 하고자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며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그런 면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연설 초반에는 우리나라와 베이징대의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근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 중에 베이징 대학 출신이 있다”며 “1920년대 베이징대 사학과에서 수학한 이윤재 선생은 일제에 맞서 한글을 지켜내 나라를 잃은 어두운 시절 빛을 밝혀주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베이징을 다녀온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를 비롯해 중국 학자인 엄성, 육비, 반정균 등과 친분을 맺은 홍대용도 거론했다. 이어 “한국인은 지금도 매일 같이 중국 문화를 접한다”며 “많은 소년이 ‘삼국지연의’를 읽고, 청년들은 루쉰의 ‘광인일기’와 ‘아큐정전’을 읽는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자신이 ‘삼국지연의’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중 “적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하루 10리밖에 전진하지 못하면서도 백성들에게 의리를 지키려는 유비의 모습은 ‘사람이 먼저’라는 저의 정치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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