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과는 물론 유감표명도 안해
되레 “우발적 불상사” 입장 전달
靑도 “회담 악영향” 문제제기 않고
가해 경호업체 실체 파악조차 못해
靑은 “정상회담 120점” 자화자찬
야권 등선 “굴욕 외교” 거센 비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방문 했지만 수행기자단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면서 빛이 바랬다. 중국은 국빈방문한 외국 지도자를 수행한 취재진 집단폭행 사건에 유감 한마디 없이 안하무인이고 청와대는 저자세로 일관하며 수세적 대응에 급급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이미 틀어진 한중 관계는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1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사드 갈등 와중에도 한중간 미래 지향적 관계를 집중 논의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4가지 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정상간 핫라인 개설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 동안 핫라인이라면 미국, 러시아 정도였지 중국은 좀처럼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핫라인 개설 합의에 의미를 부여하며 정상회담을 120점으로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 경제참모는 사드 보복 해제와 관련해 “중국은 탑다운 방식이어서 앞으로 좋아질 것이다. 기대 이상이었다. 앞으로 두고 보면 어제 회담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98점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직전 불거진 중국 경호원의 취재진 폭행사건으로 정상 회담의 성과를 논하기 머쓱해졌다. 청와대 측은 정상회담과 폭행사건을 분리해 평가해 주기를 바라지만 중국의 오만한 태도 속에 홀대 논란까지 번지면서 정상회담 결과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다. 지금까지 나온 중국측 최고위급 반응은 "사건의 심각성에 공감을 표했다"는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언급이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장관이 14일 정상회담에서 왕 부장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한 유감 표명을 했을 때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앞서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은 시급한 진상조사 및 조사의 독려, 필요한 조치 검토 등의 3가지 사항을 우리 측에 입장으로 전달했다. 그러면서 중국측은 "경호 요원들이 현장 보안조치를 하고 기자들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불상사로 본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청와대의 소극적 대응 또한 저자세 외교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폭행사건 이후 오히려 우리 정부가 중국에 애걸복걸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중국 측에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가해자들의 신원은 물론 어디 소속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폭행사건이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청와대는 정상회담장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도 못하고 강경화 장관이 왕이 부장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이의를 제기했을 뿐이다.
시민단체들은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정부를 규탄했고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 소식통은 “시 주석을 따라온 중국 측 수행기자단이 서울에서 우리측 경호원에게 두들겨 맞았다면 중국이 어떻게 나왔을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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