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한국 네티즌들
취재규정 위반 기자들 비난”
책임 전가하며 논란 부채질
중국이 정상외교 사상 전례가 없는 취재기자 폭행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수사에 나섰다. 중국은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한다며 필요한 조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일부 관영매체가 한국 책임론을 강변하는 등 몰상식한 태도를 보여 빈축을 샀다.
15일 외교부와 주중대사관 등에 따르면 중국 공안당국은 전날 오후 9시께 피해자인 본보와 매일경제 소속 사진기자들을 방문해 이날 새벽까지 각각 3차례에 걸쳐 피해자 조사를 벌였다. 당시 조사는 주중대사관 소속 경찰영사와 통역관 등이 입회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해당 기자들은 폭행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부상 정도가 심각한 매일경제 기자는 법의(法醫) 의사로부터 진단서를 발부받아 접수시켰다. 이들 두 기자는 이날 오후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했고, 서울대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을 예정이다.
공안당국은 우선 코트라와 계약을 맺고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행사 실내경호를 담당한 사설경호업체의 인력 배치 현황 파악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폭행 가담자들을 가려내기 위해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분석하는 한편 해당 경호업체가 당시 인력을 어떻게 배치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면서 “현장에 대한 지휘ㆍ통제 책임이 있는 공안 관계자 2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까지 유감 표명조차 없이 ‘관심’을 언급했던 중국 정부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직간접적으로 철저한 진상조사 의지를 전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강경화 외교장관이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수사, 재발 방지를 요청하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을 표했고 이후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상부의 지시라면서 진상을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 수사와 관련해 “(사건이 발생한) 행사는 한국 측에서 주최한 행사이고, 관련 기자에 대한 초청과 경호업체 고용 역시 한국 측에서 했기 때문에 조사의 주요 주체는 아마도 주최 측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어찌됐든 중국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건 조사에) 협조하겠고 관련 조사가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데 비해 국수주의적 성격이 강한 관영 환구시보는 해당 기자들의 책임론을 제기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환구시보는 한국 내 일부 네티즌의 댓글을 인용해 “폭행당한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이 취재규정을 어긴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면서 “문제의 원인은 한국 측에서 고용한 사람이지 중국 공안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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