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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수급도 탈중앙화”

입력
2017.12.18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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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시민 위한 열린 플랫폼

모두를 위한 알고리즘 고민해야”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만난 헤르 바론 암스테르담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변화의 맥락"이라며 "그 맥락을 잘 파악해 정책에 적용하는 것이 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고경석 기자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만난 헤르 바론 암스테르담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변화의 맥락"이라며 "그 맥락을 잘 파악해 정책에 적용하는 것이 시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암스테르담=고경석 기자

“암스테르담의 혁신성은 이 도시의 유전자(DNA)와 관련 있습니다. 항만을 중심으로 운하를 따라 산업이 발전해왔기 때문에 배와 물류, 창고 등에 대한 정보가 축적됐고, 이를 토대로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시민 계급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예전부터 상향식 정책 결정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었던 겁니다.”

지난달 22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만난 헤르 바론 암스테르담 시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서울의 3분의 1 수준인 219㎢의 면적에 인구가 85만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가 어떻게 유럽에서 혁신을 선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기술을 활용해 암스테르담의 대중교통, 물관리, 공공장소 디자인, 도시 전반의 비전 수립 등과 관련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바론 CTO는 스마트시티의 원동력인 디지털 혁명에서의 가장 큰 변화를 ‘탈중앙화’로 꼽았다. 그는 “정부와 기업, 사회가 탈중앙화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보는 것이 실제 도시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5년 전만 해도 암스테르담에서는 에너지 회사 한 곳이 발전과 판매, 송전 등을 독점했으나, 이제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보급으로 시민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고 수십개 에너지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해 전기를 쓸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정부가 에너지 계획을 세우고 규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젠 정부와 시민, 기업이 새로운 역할에 맞춰 서로 협력하게 된 것이다.

바론 CTO는 “도시는 시민의 요구를 효율적인 자원 활용과 사용자 중심 해법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라며 “시 정부는 스타트업과 시민들이 해법을 찾아내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 데이터, 에너지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에 정책 결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A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할 때 구글맵을 활용하면 최단거리를 알아낼 수 있지만 공기의 질 같은 환경문제나 경로상에 있는 보행자의 안전까지 고려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정책을 만들 때는 한두 명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한 알고리즘을 고민해야 하는데 어떤 이의 이익을 먼저 고려할지 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바론 CTO는 도시도 늘 새롭게 변화하면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기술로 인해 일어나는 변화의 맥락입니다. 우리는 도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것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무엇인지 파악하려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도출된 것들을 정책에 신속하게 적용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암스테르담=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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