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재 고급화 추세에 맞춰
대시보드에 디자인 개념 도입
충돌시 탑승자 안전까지 고려
시야 극대화 위해 높이 낮추고
좌우 비대칭 등
메이커마다 고유 스타일 추구
‘크래쉬패드’(Crash Pad)는 원래 자동차 내부에서 엔진룸의 각종 기계장치가 보이지 않도록 가리기 위한 부품이었다. 점점 더 자동차 성능이 발전하고 내장재의 고급스러움이 추구하면서,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크래쉬패드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쉬패드는 보통 ‘대시보드’라고 부르는 부분”이라며 “충돌 시 탑승자의 충격을 완화해줄 뿐만 아니라 차 내부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크래쉬패드 스타일은 자동차의 정체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대차와 기아차 간에도 확연히 다르다. 현대차 크래쉬패드는 좌우의 대칭성이 강조되지만, 기아차의 경우 내비게이션 스크린이 운전자 쪽을 향해 매립되도록 크래쉬패드 구조가 디자인하는 등 비대칭성을 선호한다. 또 기아차는 크래쉬패드 윗면에 단을 만들고 나무 표면의 무늬를 삽입하지만, 현대차 크래쉬패드엔 아예 단이 없다.
한국지엠(GM)은 크래쉬패드 디자인에 ‘다운 앤 어웨이’(Down& Away)를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첨단기능들의 추가로 크래쉬패드 내부에 전자장비 삽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크래쉬패드의 높이를 극단적으로 낮춰 전면부에 탁월한 시야 개방감을 선사하면서도 크래쉬패드 내부의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설계를 추구하고 있다. 실제 한국GM의 ‘올 뉴 말리부’의 경우 돌출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삽입 등으로 크래쉬패드 디자인의 높이를 낮춘 한편 내부적으론 공조장치 및 오디오 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전자장비를 효율적으로 삽입해 기존 중형 세단 이상의 실내공간을 제공한다.
크래쉬패드는 탑승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충돌 시 자동차 에어백이 일부 충격을 흡수하지만 머리는 앞면 창유리에, 가슴은 크래쉬패드에 심하게 부딪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크래쉬패드엔 보통 쿠션 역할을 할 수 있는 열경화성 반경질 폴리우레탄이 사용된다. 또한 크래쉬패드 안에 내장된 에어백이 사고 순간 적절히 작동하기 위해 정밀하게 가공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래쉬패드 내부표면을 레이저로 정밀하게 반쯤 절단해 사고때 에어백이 외부로 터져나올 수 있도록 한다”며 “이를 위해 독일기업 제노틱이 제작한 대당 25억원에 달하는 최첨단 장비가 쓰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용품업체들은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크래쉬패드를 위한 기능성 덮개도 따로 출시하고 있다. 자동차 용품 전문업체인 ‘투팩’은 올해 중순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에 납품되는 원단을 사용한 크래쉬패드 덮개 ‘스마트핏 시즌2’를 출시했다. 크래쉬패드의 빛 반사율을 줄여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했고, 장시간 햇빛에 노출돼도 변색 우려가 적다는 설명이다. 해당 제품은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현대차 엑센트와 아반떼, i30, i40, 소나타, 그랜저, 제네시스, EQ900 등 승용차는 물론 투싼과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투팩 관계자는 “스마트핏 시즌2는 실내 인테리어를 최대한 살린 맞춤형 디자인으로 다양한 곡선 부분까지 들뜸 없다”며 “실내 온도 조절, 빛 반사 감소 및 차 청결 유지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용품 전문업체 네오픽스코리아가 최근 출시한 ‘카픽스 대시보드 커버’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부드러운 벨벳 원단이 사용돼 고급스럽고 덮개 뒷면은 친환경 실리콘으로 처리돼 자동차 운행 시에도 미끌림 없이 잘 고정된다는 평가다. 이현구 네오픽스코리아 대표는 “자사 제품에 사용된 벨벳 소재는 중세 유럽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의복 재료였고 특이한 광택과 촉감으로 왕이나 귀족들의 예복에 쓰였다”며 “현재도 고급 의류 원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벨벳 원단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ㆍ기아차 크래쉬패드의 80%를 납품하고 있는 동국실업은 충남 아산시에 있는 신아산공장에서 크래쉬패드 제품 표면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봉제선 모양의 ‘스티치 라인’을 새겨놓은 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내장재의 고급스러움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크래쉬패드에 수작업을 한 듯한 느낌을 연출한 것이었다. 손동일 동국실업 연구소장은 “최근 개발한 기술을 사용해 수작업 없이 진공성형을 통해 표면에 오목 볼록한 모양을 구현한 것”이라며 “고급 차에만 적용되던 스티치 라인을 모닝, 프라이드 등 소형차에도 확대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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