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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할 젊은이들의 연애 부담 ‘스트레스’…다른 나라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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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할 젊은이들의 연애 부담 ‘스트레스’…다른 나라에선?

입력
2017.12.1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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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액츄얼리' 캡처
영화 '러브 액츄얼리' 캡처

여자친구가 없는 대학생 김씨(23)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요즘처럼 연말이면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내오는 동정 어린 눈길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는 “여자친구가 없다는 게 흠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위로를 받는 것은 더 서글프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의 연애 부담이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2014년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대 9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연애 부담감’에 대한 질문에 9.9%만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연애 의향’에 대한 질문에는 80.7%가 ‘현재 연애 중이거나 연애를 바라고 있다’고 응답했다. '20대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질문에는 2위가 연애(24.7%)로, 4위인 취업·직장(19.7%)보다 높았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연들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대학생 박수연(22)씨는 “여자들끼리 술 마셔도 충분히 재미있는데 꼭 중간에 ‘에휴, 우리끼리 이게 뭐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며 “학교를 다니면서도 연애를 꼭 하는 게 정답인 것처럼 강요 받는 말들을 듣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국의 대학생들은 연애 상태가 ‘기본값’이며 애인이 없으면 마치 결핍된 듯한 취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 젊은이들이 전한 상황은 달랐다. 도쿄에 사는 대학생 미나미 켄토(25)씨는 “개인적으로 연애를 해야겠다는 압박을 받아본 적도 없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국처럼 심하진 않다”며 “연예에 소극적인 사람들도 많다 보니, 진지하게 서로 사귀는 단계까지 가는 일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젊은이들은 현지에서 연애에 대한 압박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한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안드레아(21)씨는 “미국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연애에 대한 압박을 한국에선 강하게 느꼈다”며 “밸런타인데이나 로즈데이, 키스데이 등 연인들을 위한 기념일들이 많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에선 낯선 풍경이다. 영국 태생으로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리오(21)씨는 “영국에서는 솔로가 기본이고 애인이 없다고 해서 불쌍해하는 사람은 없다”며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지도 않고 사랑 없이 (가볍게) 만나는 경우는 흔하긴 하지만 그 이유가 연애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에서도 한국처럼 젊은이들의 연애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진 않는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국내 대학에 다니는 톰 보스케티(20)씨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미국, 캐나다, 독일에서도 살았지만 한국 외에 내가 살아온 곳에서 연애를 당연한 것으로 암시하는 곳은 없다”며 “한국은 연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다”고 의아해 했다.

한국처럼 젊은이들의 연애가 오히려 인간관계에 부정적이란 시각도 있다. 스페인에서 국내 교환학생으로 왔다는 올레이아 가르치아(21)씨는 “한국에선 연인과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연애가 매우 중요한 것을 느꼈다”며 “연인하고 하루 종일 연락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고 전했다. 박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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