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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부동산 등 공공데이터 1000여종 오픈... 스타트업에 기회의 땅

입력
2017.12.19 16:5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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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 런던시는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스마트시티를 향한 혁신을 민간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이런 오픈 데이터를 통해 민간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티매퍼' 런던의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업그레이드했다. 런던시청 제공
런던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 런던시는 공공 데이터를 개방해 스마트시티를 향한 혁신을 민간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이런 오픈 데이터를 통해 민간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티매퍼' 런던의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업그레이드했다. 런던시청 제공

“스마트시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공공 데이터(일반에 공개돼 있지만 재사용에 제한이 있는 데이터)를 오픈 데이터(누구나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규격화된 데이터)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런던 시민들이 많이 쓰는 교통 애플리케이션 ‘시티매퍼’도 런던 교통부가 공개한 오픈 데이터를 활용해 스타트업기업이 만든 것입니다.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오픈 데이터를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영국 런던시 홍보를 담당하는 비영리 회사 런던 앤드 파트너스(L&P)의 데이비드 슬레이터 국제무역투자 이사는 지난달 7일 런던 L&P 사무실에서 스마트시티의 출발이 ‘오픈 데이터’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말처럼 데이터를 활용하면 무한한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런던시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도시 행정을 접목한 ‘스마트시티’ 구축에 직접 나서기보다 민간기업과 시민이 주도적으로 그려나가도록 했다. 슬레이터 이사는 “런던시가 지난해 신설한 런던 데이터 분석실(LODAㆍLondon Office of Data Analytics)은 더 많은 기업들에 오픈 데이터를 제공해 이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 데이터 공개로 1900억원 경제효과

스마트시티를 지향하는 도시들이 런던을 주목하는 이유는 오픈 데이터 구축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런던이 유럽에서 오픈 데이터를 가장 잘 구축한 도시가 된 데에는 괴짜 정치인으로 유명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현 외무장관)의 공이 컸다. 2008년 당시 런던시장이었던 켄 리빙스턴에 맞서 선거에 출마한 존슨은 리빙스턴이 시 예산을 낭비한다고 비판하며 1,000파운드(약 145만원) 이상의 예산 지출은 모두 공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시장에 당선된 뒤 존슨의 참모들은 공약을 지키기 위해 런던시의 오픈 데이터 포털이 필요하다고 설득했고, 존슨은 2년여의 준비 끝에 2010년 런던 데이터스토어를 개설했다.

런던시의 오픈 데이타를 활용해 성공한 교통 어플리케이션 시티매퍼. 출처 시티맵홈페이지
런던시의 오픈 데이타를 활용해 성공한 교통 어플리케이션 시티매퍼. 출처 시티맵홈페이지

런던 데이터스토어는 사생활 침해나 계약 위반 등의 소지가 없는 것에 한해 교통 보건 주거 교육 고용 환경 복지 치안 스포츠 문화 등 1,000여종의 공공 데이터와 공식 통계자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2010년부터 런던 데이터스토어를 이끌어온 앤드루 콜린지 런던광역시(GLA, Great London Authority) 부국장은 “런던 데이터스토어를 처음 설립하는 데 15만파운드(약 2억2,000만원)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며 “이 데이터로 도시에 제공할 서비스를 만드는 데 드는 개발비에 비하면 그리 큰 비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런던 데이터스토어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런던 교통국(TfL)의 오픈 데이터인 ‘통합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들 수 있다. 교통 관련 정보는 물론 대기 질, 와이파이 접속 가능 지점, 공공자전거 대여 장소 등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통합 API를 활용해 600여개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졌고, 이는 런던 시민의 삶을 ‘스마트’하게 바꿔놓았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시티매퍼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지난 7월 통합 API의 경제적 효과가 매년 1억3,00만파운드(약 1,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데이터의 힘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기업

유럽의 금융 중심지인 런던은 스타트업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런던의 금융지구인 카나리 워프에도 JP모건, 씨티은행, HSBC, 바클레이즈 등 굵직한 금융회사들이 몰려 있어 투자자를 찾는 스타트업 기업, 창업가들에겐 요람과도 같은 공간이다.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허브인 레벨39도 바로 이곳에 있다.

영국 스타트업 최대 허브 '레벨39' 런던=고경석 기자
영국 스타트업 최대 허브 '레벨39' 런던=고경석 기자

지난달 8일 방문한 레벨39는 스타트업들로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공용 데스크에서 혼자 작업하는 1인 창업자에서 커다란 사무실에서 수십명의 직원이 일하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까지 스타트업들의 풍경은 다채로웠다. 금융 중심지인 특성 때문에 핀테크, 블록체인, 사이버보안 관련 회사가 유독 많았지만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건물 관리 서비스 업체 ‘블록독스’나 빌딩정보모델링(BIM)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해 건축, 부동산임대 등을 돕는 ‘트리디파이’, 주차공간 공유 서비스 ‘유어파킹스페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날 만난 벤 브라빈 레벨39 최고경영자(CEO)는 “혁신가는 고품질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융서비스와 스마트시티 부문이 특히 데이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유용한 데이터를 얼마나 독창적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무궁무진하지만 보안이 허술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시스템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이처럼 혁신의 연료가 되는 새로운 석유지만,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의 아이디어는 지킬 수 있는 범용성과 보안성이 동시에 갖춰져야 비로소 가치를 발할 수 있다. 데이터의 규격과 표준, 품질, 규모가 중요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콜린지 부국장은 “런던도 32개의 자치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 데이터 공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데이터 과학으로 도시 문제 해결할 것”

런던 데이터스토어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영국 사회혁신 싱크탱크 네스타(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는 데이터가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인 데다 오래된 것이 많으며 기관마다 쓰는 시스템과 데이터의 형식이 달라 활용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품질이 떨어지는 데이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런던시와 기업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아즈마트 유수프 시티매퍼 창업자 겸 CEO는 “런던교통국이 오픈 데이터를 내놓아 시티매퍼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모든 도시가 고품질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끊임없이 더 좋은 걸 바라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수정, 개선하고 새로운 데이터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네스타 등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오픈 데이터를 전담하는 LODA를 신설했고, 지난 8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라는 직책을 새로 만들어 시오 블랙웰을 첫 CDO로 임명했다. 런던은 블랙웰 CDO 임명과 함께 새로운 스마트시티 동력을 얻게 됐다. 블랙웰 CDO는 12일 현지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런던을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도시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스마트한 기술로 런던 시민의 삶을 눈에 띄게 개선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런던의 풍부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공 서비스에서 디지털 리더십을 끌어올리고 데이터 부문의 대변혁을 일으킬 것입니다. 런던시는 앞으로 공공 데이터 부문에서 더 많은 협력과 공유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고, 대기 질, 범죄, 불평등 등 도시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런던의 데이터 과학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런던=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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