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ㆍ천정배ㆍ정동영, 통합 전당원투표 반대 분명히 밝혀
"안철수 오라 그래" 흥분한 호남계, 의원총회에서 安 융단 폭격
전당원투표 방식 논란… 安 "21일 당무위 의결 강행"
투표 승리 하더라도 실제 통합까지 상당한 진통 예상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전격적인 전당원투표 승부수로 인해 20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는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의원들의 일방적인 성토장이 됐다. 안 대표가 이날 의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분노는 더했다. 호남계 의원들은 의총 직전 기습적으로 진행된 안 대표의 발표를 유신 독재에 비유하며 흥분했다.
일부 호남 의원들은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송기석 의원에게 “안 대표 불러와라” “어디서 배워먹은 정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정동영 의원은 “의원들 무시해도 유분수지 오후 2시에 의총을 소집해 놓고 오전 11시에 알박기 기자회견이 무슨 짓이냐”고 따졌다. 정 의원은 “왜 의총장에는 못 나타나는 것이냐. 그 정도 간땡이 갖고 당 대표 할 수 있겠냐”고 맹비난했다. 유성엽 의원은 “안 오면 끌고라도 와야지, 이런 비겁한 경우가 어디 있나”라고 따져 안철수계 의원들이 발끈하기도 했다.
정동영 의원과 함께 통합 반대의 선봉에 서 있는 박지원ㆍ천정배 의원도 한목소리로 안 대표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 대표의 주장은 내 생각하고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정치를 하겠다는 ‘안철수 사당화’, ‘독재적 발상’”이라며 “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려는 통합 반대 노력을 구태로 몰아가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고 가증스러운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공작적이고 비민주적인 안 대표의 리더십이 당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호남계는 오후 두 번째 열린 의총에서 “당의 분란과 분열을 일으키고 해당 행위를 반복한 안 대표에 대해 대표직 사퇴를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안 대표는 이들의 반발에도 21일 당무위원회 소집을 예고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전당원투표 방식의 적법성과 전당대회 실시 등을 두고도 치열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어 국민의당과 통합 진통은 더욱 극단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원투표는 당의 주요 정책과 사안에 대해 당원의 투표 요구가 제기되거나 당무위에서 의결되는 경우 실시할 수 있다. 당무위는 10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당무위는 당 지도부와 중앙당 간부, 시도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안 대표가 임명한 인물이거나 친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라 당무위 개최 시 전당원투표 실시 의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대표는 당무위를 통해 전당원투표제 시행을 확정한 뒤 3주 안에 투표를 실시, 찬성 결과를 들고 1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안 대표 측의 이 같은 통합 로드맵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당장 호남계가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정당의 통합 및 해산 등의 권한사항은 전당원투표가 아니라 전당원대표자대회를 열어 의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고, 실제로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호남계가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개최를 저지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호남계가 사생결단의 각오로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전당원투표 결과에 승복하거나 전당대회 개최를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전당대회에서 폭력 사태라도 발생하면 실제로 통합이 이뤄져도 그 효과는 마이너스에 가까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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