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 김주혁 때처럼 익명성에 숨어 고인 비하하는 댓글 줄이어
괜한 트집 잡아 여혐ㆍ남혐 공방 구체적 사실 아닌 추상적 표현…사자명예훼손 처벌도 쉽지 않아
‘샤이니 종현 죽은 거 레알(진짜)이노? 오랜만에 웃음 충전하러 종현 노래 들으러 간다 이기야’(닉네임 이익이개돼지)
18일 오후 샤이니 멤버 종현(본명 김종현ㆍ27)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남성혐오(남혐)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어 고인을 조롱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유서가 공개된 다음날 상황도 비슷했다. ‘유서 보고 왔는데 감성 오지노, 혼자 문답도 하고 무슨 노래 가사인 줄’이라는 게시글은 ‘ㅋ’(크를 표현)으로 도배돼 있었다. ‘중2병(허세를 부린다는 뜻)’ ‘관종삘(관심을 끌려고 한다는 뜻)’ 등 댓글이 뒤를 이었다.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성되는 고인 상대 희롱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죽음을 웃음거리로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비인간적인 발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을 커뮤니티로 다시 퍼다 나르며 자신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는 식으로 즐기는 모습에 ‘네레기(네티즌+쓰레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0월 배우 김주혁이 숨졌을 때도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다. 김주혁 소속사 나무액터스는 고인을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네티즌들에 대해 형사 고소 여부를 논의 중이다.
단연 익명성이 비인간적인 발언을 부추긴다. 실제 고인 능욕을 일삼는 커뮤니티는 대개 아이디, 닉네임만으로 가입하고 글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즉 “벌금 등 물질 측면에서는 물론, 인격적으로도 타격을 입지 않으니 비상식적 발언을 지속할 수 있는 것”(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이다. 몇몇 사이트에서 고인 비하를 일종의 놀이로 가볍게 여기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역시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용자 개개인보다 해당 온라인 공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김상학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고 볼 수 있다.
이슈가 된 인물을 이용하는 것이 남혐ㆍ여혐 코드를 확산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비뚤어진 믿음도 문제다. 홈페이지 생성(2016년) 이후 샤이니 종현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없던 워마드에서, 사망 이후 종현을 남성의 대표로 칭하며 올라온 조롱 글은 50개(20일 오후 3시 기준)가 넘는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여혐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던 고인 능욕이 ‘미러링(의도적으로 모방하는 행위)’이라는 명목으로 남혐 커뮤니티로 확산됐다”며 “당한 대로 갚아주자는 비윤리적 방식으로 성차별 논의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주의 심화로 어느 집단에서든 소속감을 느끼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고, 사회적 불평등 확산으로 공동체에 대한 유대감, 연대감이 사라지며 비정상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법적 처벌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고인에 대해서는 모욕죄를 적용할 수 없어 허위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만 사자명예훼손죄 적용이 가능한데, 비하 발언 상당수는 경멸적, 추상적 발언에 해당하므로 처벌 근거가 없다. “‘한남충(한국남자벌레라는 뜻으로 한국 남자에 대한 비하 표현)’으로 고인을 칭해도 구체적 허위사실이 아니므로 처벌이 어렵다”(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얘기다. 또 친고죄로 고소가 있어야 성립이 가능한 사자명예훼손죄는 유명인 가족이 심적 부담을 감당하면서까지 나서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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