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결단 환영” 지원 사격에
국민의당 당무위 ‘투표 실시’ 의결
호남계 “전당원 투표 보이콧” 응수
직무정지 가처분 등 강경 대응할 듯
손학규 두 달 반 만에 미국서 귀국
“당내 화합이 기본” 내홍 중재 전망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양당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21일 전당원투표제 안건의 당무위원회 통과를 관철시켰고, 유 대표는 그의 결단을 환영하며 적극 엄호에 나섰다. 두 대표의 속도전에 호남계는 “총력 저지”를 외치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당무위 등에서 안철수계에 밀리는 모습이 역력해 안철수발(發) 야권개편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저와 바른정당은 안 대표와 국민의당 개혁 세력의 결단을 환영하고, 이분들과 개혁의 길을 같이 가겠다”며 통합 제의를 수락했다. 특히 그는 “안 대표가 구태 정치와 결별하고 미래를 위한 개혁 정치를 하겠다는 통합 결단을 내렸다”고 추켜세운 뒤, “교섭창구를 즉시 만들어 국민의당과 협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중도통합파인 오신환ㆍ정운천 의원을 교섭 대표로 정했다. 안 대표가 자신들이 요구했던 박지원ㆍ천정배ㆍ정동영 의원 등 호남 중진들과 결별을 수용하며 통합을 추진하자 본격적으로 지원 사격을 한 것이다.
유 대표의 호응에 힘을 받은 안 대표는 전날 통합 선언 당시보다 더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소모적이고 파괴적이기까지 한 통합 논란을 끝내야 한다”며 “전 당원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만이 당이 평화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자 혼란을 종결하고 변화를 시작할 출발점”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통합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호남 중진들을 정면으로 겨냥, “저의 재신임을 거론하던 분들이 재신임 투표를 저지하겠다고 한다. 불신임하겠다고 한다”면서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쏘아붙이는 등 한층 더 강한 결별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당무위에선 통합 찬반 의견이 경쟁적으로 제기됐으나, 당무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안철수계의 결집으로 전당원투표 실시 안건은 전체 75명의 당무위원(재석 59명) 중 45명의 찬성으로 2시간 만에 의결됐다.
당무위 통과로 안 대표 측은 31일 전당원투표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 측은 “27일부터 31일까지 케이보팅 온라인투표 및 ARS 투표를 하면 이르면 연내에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계가 전당원투표 보이콧과 동시에 전당대회 실력 저지 및 안 대표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예고하는 등 결사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은 변수다. 현재로선 전당원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나오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한 완전한 통합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공산이 크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당대회 소집 절차와 진행은 용이하게는 안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런 가운데 귀국한 손학규 상임고문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고문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정치 지론인 ‘7공화국 건설’을 다시 꺼내 들면서 “개혁적 중도 통합 세력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결코 보수 통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안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다만 그는 “통합을 위해서는 당내 화합이 기본이고 우선이다. 여러 사람들을 직접 만나 당 화합과 위기 극복을 어떻게 할지 길을 찾을 것”이라며 당 내홍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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