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차량사고 막은 버스기사
성폭행 시도 남성 제압 20대 등
경찰, 시민 20명에게 감사패
“당연히 할 일을 했는데 상까지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경기 구리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상우(40)씨는 올 1월 10일 새벽 3시쯤, 새벽시장을 보러 가던 도중 집 근처로 소방차가 출동하자 황급히 차를 돌렸다. 5층짜리 원룸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살려달라”는 여성의 비명이 들리자 최씨는 외벽 가스배관을 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최씨는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마침 불이 난 건물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해 건물 구조는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일러실 창문을 통해 방 안에 갇혀 있던 여고생을 구한 최씨는 이후에도 가스배관을 타고 4, 5차례 오르내리며 시민을 구했고 그 사이 소방차가 도착했다. 구조 과정에서 연기를 많이 들이마신 최씨는 이후 정신을 잃고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했지만 최씨 덕분에 시민 20여명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경찰청은 최씨를 포함해 올 한해 각종 사건 사고 현장에서 범인 검거나 인명 구조에 공을 세운 시민 20명을 ‘2017 경찰청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하고, 21일 서울 서대문구 본청에서 감사패를 전달했다.
올 4월 15일 오후 9시쯤 충남 서산시 휴암교차로 인근에서 역주행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발견,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를 대각선으로 정차하는 방법으로 대형사고를 막은 버스기사 최인배(59)씨도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됐다. 최씨 덕분에 경찰은 면허 취소 수치(혈중알코올농도 0.180%)로 역주행 했던 음주운전자를 현장에서 검거할 수 있었다.
이밖에 여성의 비명이 들리는 화장실로 달려가 성폭행을 시도하던 남성을 제압한 김모(24)씨, 살인미수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만삭인 아내에게 112신고를 부탁한 뒤 피의자를 추격해 붙잡은 송모(31)씨, 부산 사상구 강변나들교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던 시민을 구조한 탤런트 한정국(64)씨도 용감한 시민으로 선정됐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행사에서 “우리 사회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의를 위해 헌신한 시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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