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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신생아들 새벽부터 이상 증세... 병원 측 오후 3시 넘어서야 의료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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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신생아들 새벽부터 이상 증세... 병원 측 오후 3시 넘어서야 의료 조치

입력
2017.12.22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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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부터 미열ㆍ복부팽창 보여

오후 5시 전후로 항생제 등 조치

“심박수 저하 등 중요 신호인데…”

전문가들, 초기 대응 실패 지적

진균ㆍ살모넬라균 감염 가능성도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16일 사망한 신생아 4명 전원의 초기 증상과 조치 기록을 담은 의무기록이 공개됐다.

사고 당일 신생아들은 새벽부터 미열과 복부팽창, 호흡불규칙 저하 등의 이상 증세를 보였지만, 병원 측의 적극적 의료 조치는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 취해진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숨진 신생아 3명에게서 검출됐다고 밝힌 항생제 내성균 ‘시트로박터 프룬디’ 외에도 진균, 살모넬라균에 추가 감염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병원 측의 초기 대응 실패와 의료 과실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사고 당일 의무기록에 따르면, 가장 먼저 이상증세를 보인 신생아는 오전 4시15분 37.8℃의 미열을 보인 A양(생후 3주). B군(출생 5주)과 C양(출생 1주)도 오전 6시 복부 팽창 증세를 보였다. D군(출생 6주)은 병원 측이 일부러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 오전 기록이 없었다. 특히 B군의 복부팽창은 낮12시가 되어서야 호전됐고, C양은 오전 8시30분 산소포화도가 저하하면서 일시적인 호흡불규칙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병원 측은 B군의 복부팽창 증세가 호전됐다며 낮12시 다시 수유를 시작하는 등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단순히 배가 꺼졌다고 수유하는 판단착오를 한 것 같다”며 “갑자기 복부팽창이 발생한 경우, 감염 가능성을 두고 각종 검사를 진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후 1시를 전후해 신생아들은 무호흡, 심박수 및 산소포화도 저하 등 감염 의심 증세를 동시에 보이며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다. 낮 12시30분부터 D군이, 오후 1시부터 A양이, 오후2시5분부터 C양이 산소포화도 저하 및 무호흡, 복부 팽창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인 것이다. 이는 무균 상태여야 할 혈액에 병원성 균이 침투한 ‘패혈증’을 의심할 수 있는 활력 징후(Vital Sign)다. 병원 측은 오후 3시쯤에야 신생아 3명에 대한 혈액배양검사를 진행, 오후 5시를 전후해 항생제 추가나 양압산소치료(기계식 산소공급) 등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신생아들의 무호흡 증세가 악화,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오후 9시32분부터 오후 10시52분까지 4명 모두 사망했다.

병원 측 설명과 달리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신생아들에 이상 증세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료진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적절한 주의 조치를 취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다. 서울의 한 대형산부인과 원장은 “무호흡을 동반한 산소포화도 및 심박수 저하는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신호였다”며 “집단감염이 의심된 점심 무렵에는 추가 인력 투입과 적절한 항생제 투입 등 즉각 조치를 취했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혈액배양검사 결과가 나오는 오후 5시부터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지만, 워낙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속수무책이었던 상황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망 신생아들이 오전 6시부터 패혈증 의심 증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당일 새벽 또는 1~2일 이전 감염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감염경로로는 수액주사인 완전정맥영양(TPN)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사망 신생아들이 치료를 받던 중환자실 내 특정 장소(유닛)에서만 문제됐기 때문에 투여 과정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같은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가족들은 "간호사가 맨손으로 의료 처치하는 모습을 봤다", "가운을 여럿이 돌려 입는다" 등 위생관리 허점을 지적했다.

신생아 3명에게서 발견된 시트로 박터균 외에 진균 및 살모넬라균에 감염됐을 개연성도 제기됐다. 의무기록에 따르면 병원 측은 오후 1시18분 D군이 곰팡이균에 감염된 것을 의심하며 항진균제를 투여했고, B군은 오후 3시 오렌지색 점액 양상의 변이라는 이상 증세를 보였다. 지방 모 대학의 한 미생물학 교수는 “면역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신생아의 경우 공기 중에 떠돌던 캔디다 등 진균에 감염돼 패혈증을 일으켰을 수 있다”며 “오렌지색 혈변은 그람 음성균이자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살모넬라균 감염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추정했다. 일부 의사들은 “항진균제를 처방한 이유를 기록에서 숨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통은 항생제를 많이 쓰지, 항진균제를 쓰는 일은 드물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경우라도 병원 측이 사고 당일 유족 측에 보인 대응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고 당일 점심 중환자실에서 면회를 진행하던 D군 가족이 D군의 심박수가 200 넘게 치솟은 것을 발견해 간호사를 불렀지만 “좀 전에 아이가 수유를 해서 그럴 수 있다”며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원 측은 D군에 대해 낮12시40분 승압제 투여, 오후1시18분 항진균제 투여 등 의료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 사실을 보호자쪽에 즉각 알리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병원 측의 관리과실과 의료과실 부분을 투 트랙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 및 간호사가 초기 증상에 제대로 진단해서 적절한 치료했는지의 의료과실 여부, 출입통제와 위생관리, 인력구성과 투약한 수액 등의 제조 배합 등의 관리과실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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