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노블 휘트니스 스파에 대한 지난달 말 소방점검 당시, 5, 6층에 설치된 방화셔터가 규정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참사 당시 6층 이상고층에서 사망자 9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 유독가스 통로가 된 화물용 엘리베이터와 함께 불량 방화셔터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5일 본보가 입수한 민간 소방점검업체의 ‘소방시설 작동기능점검’ 자료에 따르면 이 건물 5층 방화셔터는 작동 불량상태였으며, 6층 방화셔터는 연기 감지기 작동과 동시에 완전 폐쇄되는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철제문으로 된 방화셔터가 화염 확산을 막는 동시에 대피로 역할을 하려면 작동 초기에 절반 정도만 닫혀야 하는데 바닥까지 완전히 닫힌 것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셔터가 한 번에 바닥까지 내려가면 대피가 어려워 열 감지 초기에는 천장부터 60㎝만 내려가도록 하고, 이후 바닥면까지 내려가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을 소방 점검한 J사는 6층 방화셔터 보수조치와 관련해 “연기감지기 동작 시 일부만 폐쇄되도록 리미트(제한) 조절을 요한다”고 결론 내렸다. J사의 소방점검서 제출 시한은 이달 말까지로, 소방당국에 제출하기 전이어서 참사 당일까지 시정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3층 사우나에서 비상구를 통해 남성 손님들을 구한 의인 이발사 김종수(64)씨는 “고층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비상구로 가지 않고 왜 옥상으로 올라 갔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불량 상태였던 5, 6층 방화셔터가 6층 이상 고층에서 사망자가 대규모로 나온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21일 참사 당시 6층에서 4명(중앙계단 2명), 7층에서 4명(중앙계단 3명ㆍ출입문 1명), 8층에서 1명(8층 현관 부근)이 사망했다. 화염과 유독가스가 위층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6층 방화셔터가 완전 폐쇄되면서 비상계단 통로가 있는 실내로 진입하지 못한 희생자들이 어쩔 수 없이 위층으로 향하다 변을 당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화염과 유독가스는 중앙계단, 인접한 엘리베이터를 통해 급속히 번졌으며, 16m 떨어진 건물 끝 비상구 계단은 폐쇄구조여서 상대적으로 유독가스로부터 안전했다. 특히 중앙 계단에서 2명이 발견된 6층에서는 화재 당시 비상구 통로도 사실상 차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클럽(4~7층)직원 A씨는 “6층 비상구는 GX룸을 통해야 하는데 수업이 있는 아침, 저녁을 제외하고는 잠가둬 접근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식당가인 8, 9층은 영업부진으로 올 봄부터 사실상 폐쇄 상태여서 희생자들도 비상구 통로를 찾지 못해 계속 위층으로 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7, 8층에서 구조된 부상자 3명은 발코니에서 민간 고소작업차량에 의해 구조됐다.
한편 노블 휘트니스 스파 건물은 지난달 30일 소방 점검에서 방화셔터 문제는 물론 ▦비상구 유도등 예비전원 및 점등 불량 ▦화재 감지기 선로 끊김 등 소화ㆍ경보ㆍ피난설비 등 29개 항목 66곳이 보수 대상으로 지적됐다.
제천=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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