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논란과 관련해 “아직은 할 게 없다”고 밝혔다. 통합 찬성파인 안철수계와 반대파인 호남계 모두의 구애를 받고 있지만 당분간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 고문은 2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통합에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봤지만 아직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연말까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반통합파의 투표 보이콧과 안철수계 당원들의 전폭적인 참여로 31일 발표 예정인 전당원투표 결과는 통합 찬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자신까지 나서 당 분란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손 고문이 당의 전면에 나설 시점은 통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당대회 개최 논의가 시작될 내년 초로 전망된다. 실제 손 고문은 “중도개혁세력 중심 제3당의 역할과 개헌을 통한 제7공화국 건설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강조한 뒤 “말과 행동에도 다 때가 있는 것 아니겠나. 내가 뭘 하더라도 그건 연초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손 고문의 최측근은 “박지원 전 대표 등 반대파 회동 결과, 이번 통합 논의의 분수령은 전당원투표가 아니라 전당대회 개최 여부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바른정당 쪽 의견까지 취합한 최종 입장을 들고 적절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고문의 관망에도 안철수 대표와 호남계는 연이어 ‘러브콜’을 보냈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손 고문은 지금까지 혁신과 통합의 정치를 추구했다”며 “미국에 가기 전에도 ‘통합하라’는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앞으로 당내에서) 설득의 역할을 하시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 반대파인 천정배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 고문은 바른정당과 합당하는 것의 정치적ㆍ역사적 의미, 특히 이것이 이른바 보수통합이자 ‘적폐통합’으로 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분”이라며 “역사적 퇴행의 길에 함께 하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손 고문은 이날 당내 초선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갖고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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