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위안부 기념 사업ㆍ화해치유재단 점검 조사 발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성사 직후 민간이 추진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 등재사업'의 정부 지원 철회를 지시한 것을 정부가 확인했다. 위안부 합의를 실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이 생존 피해자에게 지급한 위로금은 '자발적 수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도 나왔다.
27일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기념사업과 화해·치유재단 활동에 대한 조사·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피해자 입장 고려 없이 합이 이행을 추진한 흔적도 일부 확인됐다.
위안부 합의 9일 만에 朴 "유네스코 등재 지원 말라"
여가부에 따르면 한일 위안부 합의가 발표된 지 9일 만인 2016년 1월 6일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에 한국 여성인권 진흥원이 관여 말고, 추진 과정에서 정부 색을 없애도록 하라"는 당시 박 대통령의 지시가 부처에 전달돼 민간사업 지원을 중단했다. 여가부는 이미 관련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해 2014년(3,700만원), 2015년(4억4,000만원) 두 차례에 걸쳐 지원하고 있었다.
합의 직후 여가부는 외교부로부터 'VIP 지시사항'을 전달 받았고, 이후 예산 지원 중단을 포함한 3가지 대안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에 제시했다. 이후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은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네스코 등재 추진사업에 대한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 결정 이후 민간단체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일자 여가부는 "유네스코 등재는 민간추진이 원칙이어서 정부 지원시 심사에 불리하다"고 해명해 왔는데, 이 배경이 확인된 것이다.
위로금 지급신청서 자필로 쓴 피해자는 7명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끊임없이 논란이 됐던 화해·치유재단의 생존자 위로금 지급 사업도 무리하게 추진된 정황도 나왔다. 외교부, 여가부, 재단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합의내용 설명과 피해자의 현금지급 사업 참여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합의일 기준 생존자 47명 중 38명을 대상으로 1~7차례의 피해자 면담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관계자가 "그동안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것을 인정 안했어요. 그런데 합의할 때는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것도 인정했고요" "받을 건 받아야죠. 할머님 받으셔야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엔 해주지도 않아요" 등의 발언으로 고령의 피해자에게 합의를 긍정적으로 부각시키거나 현금수령을 권유·설득하는 발언으로 판단됐다.
또한 화해·치유재단이 피해자들에게 위로금 '지급신청서'를 작성·접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자필로 작성한 경우는 34명 중 7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필+대필(지장)이 13명, 대필 10명, 유족신청이 4명이었다. 노환 또는 문맹으로 인해 피해 당사자가 작성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피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보호자가 대리로 작성 했지만, 피해자들이 고령으로 인해 의사표시가 제한적이고 타인에 의해 왜곡될 여지가 확인됐다. A할머니의 경우 여가부 점검반이 현금수령 동의여부에 관해 보호자의 설명과 질문에 대해 물었으나 '으' '으으'와 같은 의성어만 반복했다. 이 때문에 여가부는 "일부 피해자들은 위로금 의미를 정확하게 알았는지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재단 설립 과정에서 여가부가 법인 설립허가를 5일 만에 내주거나(평균 20일 소요) 사업실적이 없는 재단을 위안부 피해자 생활안정 지원 및 기념사업 심의위원회 심의 없이 국고 보조하는 등 적극 지원한 사실도 조사됐다.
한편 여가부는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였고, 현금지급사업 집행과정에서도 할머니들께 갈등과 심적인 고통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며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재단 운영방향 등에 대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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