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 유족
늑장대응 의혹 제기 공개질의서
“간호사가 심박수 알렸는데
의사가 조치 지시한 기록 없어”
경찰, 전공의 첫 소환 수사 확대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유족이 사건 당일 의료진의 늑장대응 의혹을 27일 제기했다. 사망 전날까지 이상징후가 전혀 없던 아기가 사망 당일 오후 3시30분 심박수 200을 넘어서며 갑자기 상태가 악화했는데도 2시간 넘게 의료진이 지시하거나 조치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숨진 신생아 A군(생후 5주)과 관련된 일체의 진료기록에 따르면, 사망 당일 오전만 해도 복부팽만 현상을 보여 수유를 중단한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이상증세가 없었다. 전날 의사가 자필로 적은 경과기록에 “체중이 2㎏을 넘어섰다, 먹는 것 늘려가고 있다, 주말 지나 입으로 먹는 것을 시도하겠다”는 내용 정도다. 발열 등 감염 의심 정황은 전혀 없었다. 관련 기록을 검토한 수도권 한 대학병원 의사는 “상태가 좋아지던 신생아라 갑자기 사망한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A군 상태가 악화한 것은 당일 오후 3시쯤. 오후 3시 오렌지색 끈적끈적한 변을 본 A군의 분당 심박수가 161에서 오후 3시30분 203으로 치솟았다. 이후 오후 8시까지 심박수 200 수준을 유지하던 A군은 오후 8시45분 심박수가 90으로 급감하고 6분 뒤 사망했다. 이전까지 A군 심박수가 200을 넘긴 적은 없었으며, 당일에도 오전 7시 161, 오후 1시 159 등 정상 수치를 보였다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신생아 심박수는 평균 150 수준을 유지하며, 200을 넘기면 이상증세로 여겨 인큐베이터에 연결된 모니터에 경고음이 울린다.
유족들은 “오후 1시쯤 이미 신생아 3명이 무호흡 또는 산소포화도 저하 현상을 보이는 등 상태가 악화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 대응이 늦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A군 부모는 “건강하던 아이가 높은 심박수를 보이자 간호사가 의사에게 알린 기록은 있는데, 경과를 지켜보라거나 어떤 조치를 하라거나 지시한 기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아기 일부가 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인데도, 의료진이 집단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조기에 대처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주치의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15분쯤으로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다.
사망 신생아 4명 유가족은 이날 오후 이대목동병원 1층 로비에서 입장서를 발표하고 병원 측에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병원 측이 어떠한 설명이나 면담 제의를 해온 적이 없다”며 다음날까지 아이들의 이상증상이 발현됐을 때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상세한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주치의가 산모와 아이에게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금지 약물을 외부에서 처방 받아 복용하라고 권한 이유가 무엇이냐”, “전원 및 퇴원한 신생아 12명 중 무려 9명에게서 로타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어떠한 조치를 취했냐” 등의 질문도 담겼다.
이날 경찰은 최초로 전공의를 소환하는 등 의료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압수한 의무기록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출입 인원을 분석 중이며, 보고를 받고도 방치하거나 경과 조치에 부족한 부분이 없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병원을 옮기거나 퇴원한 신생아의 의무기록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 교수진을 소환해 의료 과실 및 관리 과실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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