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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개발 비결은 “구소련 미사일 설계 기술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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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개발 비결은 “구소련 미사일 설계 기술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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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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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오른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노동당 군수공업부 리병철 제1부부장과 함께 지난 2월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 전날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오른쪽)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노동당 군수공업부 리병철 제1부부장과 함께 지난 2월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 전날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비약적인 미사일 기술 발전은 구소련의 첨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설계도와 연구진을 대량으로 빼내온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구소련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의 문건을 입수, 공개해 이전까지 의혹에 불과하던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WP가 마케예프 설계국의 최고급 미사일 기술도안과 마케팅 책자 등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6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한의 ‘무수단’(화성-10)이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R-27 Zyb’와 같은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엔진뿐 아니라 설계상으로도 무수단은 R-27과 유사한 특징을 다수 보여준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시험발사한 SLBM ‘북극성-1’ 또한 마케예프 설계국이 만든 R-27의 고유 특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조슈아 폴락 연구원은 “(북한의) 두 미사일은 모두 대체로 R-27의 설계에서 파생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 같은 무기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1990년대 초 구소련 붕괴 후 갈 곳을 잃은 과학자들을 스카우트한 덕분이다. 애초 미국의 투자자들은 마케예프 설계국과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당시 소련의 최첨단 미사일 기술을 평화적인 목적, 즉 상업 위성을 띄우기 위한 우주 추진로켓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법적ㆍ행정적 장벽으로 이 계획이 무산되자 좌절한 소련 연구진 상당수가 북한으로 스카우트됐다는 것이다. 1993년 8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평양으로 향하던 러시아의 미사일 과학자와 가족 60여명이 체포된 사건은 이런 북한의 노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과 러시아, 한국의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들 중 일부가 결국 평양행에 성공, 우주 추진로켓 개발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실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컨설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케예프 설계국의 미사일 설계도와 청사진, 기술도안도 이들과 함께 북한에 유출됐다. 북한은 이들에게 본국에서 벌 수 있는 돈의 200배인 월 1,200달러(약 128만원)를 지급했다고 WP는 전했다. 참여과학자연대(UCS)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북한은 1990년대 기준으로 최신식 컴퓨터 작동 기계 도구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면서 “그건 지금도 꽤 좋은 기계 도구”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따라 당시 조인트벤처를 신속히 승인해 소련의 무기 과학자들을 포용하지 못한 것이 결국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1990년대 초 마케예프 설계국과 미국 투자자들의 조인트벤처 ‘시 론치 인베스터’의 부사장을 맡았던 카일 길먼은 WP에 “우리는 창의적일 필요가 있었다. 노력해서 평화를 얻어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 정부와 군, 정보기관은 근시안적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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