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 전망
수출ㆍ기업실적 호조 덕에
코스피 3000 돌파 예측
한ㆍ미 금리인상은 변수
“글로벌 분산투자 전략을”
올해 증시도 작년 같은 영화를 누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올해도 주가 상승세는 계속되겠지만 작년만큼의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려울 걸로 내다봤다. 정보기술(IT)주에 대한 쏠림도 작년보다는 줄어들 걸로 보인다. 금리인상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경우, 증시에 위협요인이 될 거란 우려가 많았다.
코스피 더 오른다… 상승률은 둔화
31일 본보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명에게 새해 주식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올해 주식시장은 추가 상승을 기대할 만 하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코스피 3,000시대를 전망하는 증권사도 나왔다. 삼성증권은 코스피가 최고 3,10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KB증권(3,060)과 대신증권(3,000) 역시 코스피 3,000 돌파를 예상했다.
올해도 주가상승의 동력은 기업실적이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도 수출이 10% 정도 늘고 기업이익은 그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법인세와 최저임금이 오르는 건 기업이익에 부정적이지만 배당 확대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주주정책이 개선된다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 경기 상황도 당장은 안정적이다. 정부는 올해도 3%대 성장률을 유지할 거라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성장률을 전년(3.6%)보다 높은 3.7%로 제시했다. 글로벌 경기가 확장 국면에 들어서면 수출기업의 이익이 늘고 국내에 외국인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차하면 작년보다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상존한다. 증권사들의 코스피 전망치 하단은 2,250(신한금융투자)까지 퍼져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지수가 많이 오른다 해도 연간 상승률은 5% 안팎일 것”이라며 “상황이 안 좋으면 마이너스 수익률이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리스크 요인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이다. 시장에선 미국은 최대 3회, 한국은 2회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예고된 인상 방향보다 속도가 관건이다.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주식시장엔 악재다. 박희정 센터장은 “미국은 2월, 한국은 3월에 통화정책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인상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로선 물가가 많이 오를 것 같지는 않지만 물가가 예상보다 빨리 오르면 금리인상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IT 좋지만… 분산투자 필수
전문가들은 작년 강세장을 주도한 IT업종의 상승 동력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우 센터장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4차산업혁명ㆍ혁신성장과 관련된 코스닥 중소형주가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 봤고 구용욱 센터장은 “IT와 진단장비 등이 결합된 헬스케어 분야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IT주에 대한 쏠림이 다른 업종으로 퍼지는 ‘순환매장’이 연출될 것이란 예상도 많다. 다만 이 때문에 오히려 유망 종목을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IT를 제외하고도 금융, 자동차, 중소형주 등이 들쑥날쑥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장기 보유보다는 적극적인 매매 전략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센터장은 “한 업종 내에서도 이익 수준에 따라 기업별 주가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대수준을 낮추고 관심을 넓힐 것을 주문한다. 구용욱 센터장은 “올해는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분산투자 전략을 취해야 한다”며 “글로벌 주식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현석 센터장은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와 절대 따로 갈 수 없고, 국내 주식이 오른다는 건 글로벌 증시가 순항할 것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며 “미국, 일본, 아시아 신흥국 등에 조금씩이라도 나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주문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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