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어린이의 시선을 이해하고 그들의 솔직한 물음을 담아야 한다. 성인이 된 작가가 젊은 세대 앞에서 과거의 삶을 과시하며 인정투쟁을 벌이는 서사는 동화가 될 수 없다. 어린이를 핑계 삼아 엄마의 양육태도 공격에 몰입하는 작품들도 있었다. 악역을 맡는 어른은 왜 늘 과장된 형상의 엄마인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으나 기계적인 상상의 파편을 엮은 것에 그쳤다. 동화작가라면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시혜자의 자세를 벗어나 자신의 편견부터 점검해보아야 할 것 같다.
두 편의 작품이 최종심에 올랐다. 동화의 본령에 가까우면서도 아이들의 눈길을 놓치지 않은 작품들이다. ‘우리 엄마’는 이모와 살아가는 자매가 길고양이들을 돌보게 되면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헤아리는 이야기다. “좋으면 됐지”라는 말로 세간의 시선을 툭툭 털어내는 두 아이는 가족을 구성하는데 사랑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되묻는다. 따뜻한 문장이 돋보였으나 이모의 비혼을 부정적으로 다룬 부분이 작품의 주제와 맞서는 것 같아 아쉬웠다.
‘길 잃은 편지’는 차분하게 어린이의 걸음을 따라가는 작품이었다. 아빠의 손에 맡겨졌으나 아빠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주인공과 아픈 엄마의 보호자로 지내야 하는 친구 윤주가 등장한다. 두 어린이는 배달이 보류된 편지처럼 일시 정지된 성장기의 한 골목을 지난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길을 잃지만 멀리 있는 친구에게 의지하면서 어떻게든 스스로 중심을 잡아가려고 애쓰는 주인공 나의 모습이 뭉클한 공감을 일으킨다. 투고된 작품 가운데 어린이의 마음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여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앞으로 이 보폭의 사실감을 잊지 않고 좋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작가가 되시기를 바란다.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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