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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일보 신춘문예] “절제된 서사 통한 내적 서사 추구, 신춘문예 정신에 부합”

입력
2018.01.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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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훈(왼쪽), 문삼화 연극연출가가 지난달 한국일보에서 신춘문예 희곡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최용훈(왼쪽), 문삼화 연극연출가가 지난달 한국일보에서 신춘문예 희곡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희곡의 경우 올해는 근래의 응모 편수 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150편이 접수된 까닭에 심사위원들이 힘들기도 했지만 힘든 만큼 아주 즐겁기도 한 심사였다. 지속적으로 줄어만 가던 희곡 부문의 응모 편수가 다시 늘어났다는 것은 우리 연극의 생태계가 다시 활력을 찾아간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몇 차례의 논의 끝에 150편의 희곡들 중에서 최종 심의에 오른 희곡은 이소연의 ‘마트료시카’, 김진희의 ‘한낮의 유령’, 채승철의 ‘제목이라도, 비바! 골든 제너레이션’ 그리고 장보람의 ‘아들의 초상’ 이렇게 4편이었다.

‘마트료시카’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가는 주인공과 그 열차의 같은 칸에 스치듯 머물렀다 지나치는 이국 사람들의 모습과 관계를 통해 별다른 극적 사건 없이 자아와 가족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시선과 필력에 호감이 갔다. ‘한낮의 유령’은 노인들이 모여 하루를 지내는 -아마도 탑골공원 같은- 한 공간에서 사라짐과 기다림의 교차를 통해 우리시대의 소외된 계층과 소통이 끊긴 세대의 모습을 연극적으로 구축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제목이라도, 비바! 골든 제너레이션’은 삼포 또는 오포 세대라 불리는 슬픈 우리 청년층의 현실을 현대적이면서도 해학과 익살이라는 전통기법을 적절히 버무려 꽤 훌륭한 너스레로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끌었다. ‘아들의 초상’은 신춘문예 공모에서 기대하기 힘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절제된 상황과 캐릭터의 표현이 주목 받았다.

네 작품을 놓고 열띤 논의 끝에 ‘마트료시카’와 ‘아들의 초상’이 끝까지 언급되었고 매끈하고 깔끔하지만 이미 익숙한 느낌의 ‘아들의 초상’ 보다는 비어있음을 통한 채움을, 절제된 서사를 통해 내적인 서사를 추구한 ‘마트료시카’가 신춘문예의 정신에 더 부합된다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모아 당선작을 결정했다.

당선된 이소연 작가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최종 논의에 오른 다른 세 분도 멋진 작가로 성장할 역량이 충분하기에 조만간 연극현장에서 멋진 작품으로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최용훈・문삼화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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